쌍용차, 본입찰서 SM그룹 빠져···입찰기업 대부분 중소기업-사모펀드로 1조원 인수금 감당할지 미지수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어렸을 적 드림카는 무쏘와 갤로퍼였다. 세단이 대부분인 시절 거대하고 웅장한 모습의 두 차량에 마음을 뺏겼다. 무쏘는 ‘코뿔소’, 갤로퍼는 ‘명마’에서 이름을 따온 만큼 두 차량이 달리는 모습은 마치 ‘말과 코뿔소’를 도로에 풀어놓은 듯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시간이 지나 어느덧 차를 살 수 있을 나이가 되니 무쏘와 갤로퍼는 모습을 감춰버렸다.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나왔지만, 어렸을 적 무쏘를 처음 봤을 때와 같은 두근거림은 없었다.
최근 쌍용자동차에서 무쏘 후속 모델 티저 이미지를 발표하자, 어렸을 적 무쏘에게 느꼈던 두근거림이 다시 살아났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무쏘의 부활에 대해 반응이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무쏘는 지난해 한 자동차 거래 플랫폼이 실시한 ‘가장 기억에 남는 1990~2000년대 자동차’ 설문조사에서 SUV 1위에 오를 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 하는 차다.
하지만 최근 쌍용차 상황을 보면 무쏘를 다시 가슴 속에 묻어둬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쌍용차는 자금난 끝에 지난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이후 새주인 찾기에 분주했으나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예비입찰에 11개 기업이 참가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쌍용차 부활을 예고했다. 특히 국내 대기업인 SM그룹이 참여한다고 깜짝 발표하면서, 이번에야 말로 쌍용차가 정상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SM그룹이 발을 빼고, 쌍용차 인수를 오랫동안 추진했던 미국 HAAH오토모티브(현 카디널 원 모터스)도 불참했다.
에디슨모터스를 비롯해 3개 기업이 최종 본입찰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소기업에 사모펀드가 추가한 형태라 최종 인수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정확한 입찰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엘비앤티 5000억원, 에디슨모터스 2000억원, 인디EV 1000억원을 각각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쌍용차 공익채권만 3900억원가량인 상황에서 회생 채권 및 향후 운영 자금 등을 고려하면 최종 인수금액이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숫자다.
이에 사실상 3개 기업 모두 쌍용차 인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설까지 돌고 있다. 무급휴직까지 감내하며 새 주인 찾기를 갈망하던 쌍용차 내부에서도 김이 확 새버린 상황이다.
사실 쌍용차 인수전은 시작부터 뒷말이 무성했다. 11개 기업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흥행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아파트가 들어설 평택공장 부지를 노린 곳이 있다느니, 회사 이름 알리기용이라느니, 친정권 기업이라느니 등 잡음이 계속 나왔다.
소문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쌍용차 인수전은 씁쓸한 뒷맛만 남기게 된 셈이다.
최종 인수자가 탄생할지 아니면 이번 인수전이 실패할지 아직 향방은 알 수 없다. 다만 한 명의 소비자로서 무쏘가 다시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