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 양산 어려워 물량에 한계···갤S22 나와야 경쟁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애플이 15일(한국시간) ‘아이폰13’ 시리즈를 공개한 가운데 삼성전자 맞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폴더블폰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양산 확대가 어려운 모델이어서 점유율에 큰 영향을 주긴 어렵단 분석 때문이다. 노트 시리즈는 올해 출시되지 않고, A 시리즈는 아이폰과 겨룰만한 프리미엄 제품이 아니어서 ‘갤럭시S22’ 출시 전까지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은 이날 새벽 2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를 개최하고 ‘아이폰13’, ‘아이폰13 미니’, ‘아이폰13 프로’, ‘아이폰13 프로맥스’ 시리즈를 공개했다. 노치(화면이 움푹 파인 부분)가 전작 대비 20% 축소됐고, ‘시네마틱 비디오’(자동 초점 변경) 기능을 적용해 카메라 성능이 향상됐다. 아이폰13은 오는 10월 9일 국내에 공식 출시된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4Q 점유율 상승에 폴더블폰으론 역부족”

삼성전자가 지난달 내놓은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3(폴드3)’와 ‘갤럭시Z 플립3(플립3)’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서 폴드3와 플립3를 사전 예약한 고객은 92만여 명에 달하고, 중국과 인도에서도 높은 예약판매량을 기록했다.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국내 일부 고객들은 지난달 예약한 폴더블폰을 아직 받지 못할 정도로 흥행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폴더블폰은 물량공세를 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점유율 확대에 한계가 있단 의미다. 삼성전자는 최근 베트남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며 출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생산량은 800만대 안팎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13 초도 물량은 9000만대 수준이다. 출하량 자체에서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폴더블폰은 양산이 어려워 생산량에 한계가 있는 모델이다. 단말기와 디스플레이를 접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고 재료도 많이 필요해 생산 원가 자체가 더 높다. 폴더블폰은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점유율이 아직 낮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플래그십 모델은 ‘갤럭시S21’이지만, 지난 1월에 공개된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고 판매량이 부진했단 점에서 아이폰13에 대적하기는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갤럭시S21 출시 이후 6개월간 판매량은 1350만대로 전작보다 20% 낮았다. 출시 7개월 만에 1억대 이상이 판매된 ‘아이폰12’와도 대비된다.

출하량 및 판매량을 감안할 때, 폴더블폰과 갤럭시S21이 아이폰13의 대항마가 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고민은 깊어진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에 집중하기 위해 매년 하반기에 공개한 ‘갤럭시 노트’ 시리즈도 올해 출시하지 않는다. '갤럭시A' 라인업도 강화하고 있지만, 중저가 모델이어서 아이폰13과 싸울 플래그십 모델은 아니다.

삼성전자 '갤럭시Z'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13' 시리즈. /사진=각 사
삼성전자 '갤럭시Z'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13' 시리즈. /사진=각 사

◇아이폰 견제 위해 갤럭시S22 조기 출시설

이 때문에 오는 4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어느 정도 내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이폰13은 미국, 일본 등 30여 개국에서 다음주부터 판매가 시작돼 4분기에 출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예상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0.3%로 1위, 애플이 15.8%로 2위였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신제품이 나왔으니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는 올해 (상황이) 크게 바뀌기는 힘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내년에 폴더블 라인업을 확대해서 플래그십 점유율을 높이는 시도를 할 수 있다. 갤럭시S22 출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 갤럭시S22 조기 출시설이 흘러나오는 것도 아이폰13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당초 내년초로 예상됐던 출시시기를 연말로 앞당겨 아이폰13과 겨루겠다는 것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프리미엄폰 시장에서는 아이폰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갤럭시S22가 나와야 아이폰13과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폴더블폰과 아이폰13의 기반이 달라 두 제품을 경쟁 구도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센터장은 “폴더블폰은 폼팩터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프리미엄 수요가 있다”며 “폴더블폰과 아이폰은 소비자 계층과 성향이 다르다. 두 제품의 경쟁 환경도 다르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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