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 돼
실적 영향 미치는 국제 유가도 오름세 보여
정유주 실적 기대감↑···여전히 리스크 높다는 의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급락했던 국제 유가가 다시금 반등에 성공한 가운데 정유주가 최대 수혜주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정유사의 핵심 수익 지표인 복합정제마진이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유가 상승이 수익성과 재고 평가 이익을 높여줄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일각에선 국제유가가 수요 회복 기대감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의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01달러(0.01%) 오른 배럴당 70.46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지난 7월 초 배럴당 75달러를 넘어선 이후 지난달 20일 배럴당 62달러선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다 최근 반등 흐름을 보이면서 70달러선을 회복한 것이다.
국제 유가가 하락 이후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다시금 정유주의 수혜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 유가의 완만한 상승은 정유사 수익성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류되는 까닭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디커플링(탈동조화)됐던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다시금 동조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난 6월과 7월 국제유가 상승기와는 달리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실제 정유사의 주요 수익지표로 꼽히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이번 달 첫째 주 배럴당 5.2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 전인 2019년 10월 둘째 주(5.8달러)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5월만 하더라도 복합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정유사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던 올해 6월과 7월에도 3달러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정유사들의 애를 태웠다.
복합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의 고도화 비율을 감안한 최종 제품의 가중 판매 가격과 원유 가격과의 차이를 의미한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을 만들다. 이뿐만 아니라 고도화 설비를 통해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저마진 중유를 다시 정제해 석유제품을 생산한다. 복합정제마진은 이 모두를 반영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수적으로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정유사의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복합정제마진이 이처럼 상승 흐름을 보인 배경에는 수요 회복 기대감과 관련이 있다. 그 중에서도 경유와 항공유 수요 회복에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들의 정제 마진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 8월 넷째 주 배럴당 4.0달러였던 경유 마진은 9월 첫째 주 6.2달러로 올랐고 항공유 마진도 3.4달러에서 5.1달러까지 증가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정제마진의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정유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대표적인 정유주인 S-Oil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붙은 데다 정유 수요가 늘어나 올해 하반기 호실적이 기대된다며 ‘매수’ 의견을 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전날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석유 제품 수요 증가와 재고 감소로 인해 정제마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유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올 겨울 한파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브렌트유가 최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당초 2022년 중반이 돼서야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지만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한파로 인해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그 시기를 앞당겼다.
이 같은 주장대로 국제 유가가 100달러에 준하게 상승하고 제품 가격에 반영될 경우 정유사의 실적이 증가할 수 있다는 기대가 가능한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지속이 수요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는 주요국들의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유가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유사들은 원유 가격이 저유가 상황에서 완만히 상승하는 경우를 선호한다. 여기에 제품가격 상승에 따른 마진 확대가 이어지는 경우가 베스트”라면서도 “결국 석유 제품의 수요 회복이 관건으로 보이는데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