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 ‘동일기능, 동일규제’ 강조···빅테크 규제 본격화
네이버·카카오, 주가 약세···금융지주 주가는 회복세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청신호’···“지분 매각 순조롭게 진행될 듯”

우리금융지주 주가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우리금융지주 주가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IT기업) 기업이 운영하는 금융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전통 금융사의 주가가 뜻밖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지지부진하던 주가가 최근 11000원대까지 반등하면서 완전 민영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플랫폼에 대한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강조하면서 빅테크와 핀테크사를 상대로 본격적인 규제에 나섰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빅테크 규제와 관련해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여러 차례 말했고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앞으로 핀테크 업계에도 동일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빅테크 금융플랫폼의 핵심 사업인 금융상품 비교·중개 서비스에도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제5차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상황 점검반 회의’를 열고 주요 온라인 금융플랫폼들의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단순 광고가 아닌 ‘중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금소법에 따르면 상품 중개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라이선스 없이 금융상품을 중개·판매하는 것은 금소법에 위배된다.

금융당국의 빅테크 규제가 강화되면서 온라인 금융플랫폼을 운영하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3일 15만7000원을 기록했던 카카오 주가는 이날 기준 전일 대비 1.21%(1500원) 하락한 12만2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에는 장 초반 한때 11만9500원까지 하락하며 12만원선을 내주기도 했다. 카카오 주가가 12만원을 하회한 것은 지난 5월 27일(저가 11만9500원)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네이버의 주가 역시 하락세다. 네이버는 지난 6일까지만 해도 종가가 45만4000원에 달했으나 금융당국이 빅테크 플랫폼에 금소법 위반 문제와 관련해 시정 조치를 요구한 이후 급락하기 시작했다. 전날 네이버 주가는 39만3500원으로 마감하며 40만원선을 하회했다. 이날 기준 네이버 주가는 전일 대비 0.5%(2000원) 내린 40만500원으로 하락 마감했다.

반면 금융지주사들의 주가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빅테크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자 전통 금융사의 투자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올라간 까닭이다. 카카오뱅크 상장 전 금융 대장주였던 KB금융의 주가는 이날 기준 5만2700원을 기록하며 전일 대비 0.76%(400원)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을 뛰어넘는 수준까지 주가를 회복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종가는 이날 기준 4만5100원으로 KB금융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주가가 곧 완전 민영화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주가 회복세가 완전 민영화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 우리금융 주가는 1만1000원으로 전일 대비 0.90%(100원) 하락했으나 지난 8월 20일 기준 종가가 1만45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점차 반등하는 추세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예보)가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적정 주가를 1만2000원 내외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주가 회복세에 힘입어 완전 민영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도 이어가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13일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지난달에 이어 약 한달 만에 5000주를 추가 매입한 것으로 올해만 벌써 1만주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로써 손 회장은 총 8만8127주의 우리금융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를 두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9일 금융위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의 잔여 지분 10%를 우선 매각 추진할 것임을 발표했다”며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예보의 지분은 5.13%로 낮아지며 이에 따라 사실상 전면 민영화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상 등 은행주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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