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전횡에 맞서 소액주주들의 권리찾기 운동 활발
소액주주 집단행동은 시장 투명성 강화에 긍정적
소액주주 패배는 슬픈 일···‘정신승리’ 말고 진짜 승리 지원해야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이번에도 소액주주들의 승리는 쉽지 않았다. 사조산업 이야기다.

소액주주들은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의 전횡에 맞서 단결했지만 결국 임시주주총회에서 주 회장이 원하는대로 안건이 통과됐다.

주 회장은 자신의 장남인 주지홍 부사장의 개인회사인 캐슬렉스제주와 사조산업 산하 골프클럽 캐슬렉스서울의 합병을 추진하다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었다.

소액주주들은 주 회장을 해임하고 송종국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제출했지만 결국 표 대결에서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이 56%를 넘어서는 주 회장을 이길 수 없었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임시주주총회에서도 소액주주들은 사측과 표대결에서 완패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에서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인적분할 및 합병 등으로 발생한 법인세 2000억원과 중국 자회사 DICC의 지분매입에 쓰이는 3000억원 등을 마련하기 위해 무상감자 이후 8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려고 했다.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내야할 비용을 주주들에게 떠넘긴다며 결집했지만 결국 회사가 원하는 대로 임시주주총회에서 무상감자 안건은 통과됐다.

최근 들어 소액주주들의 단결은 잦아졌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을 통해 주주들간 소통 및 단결도 한층 원활해진 영향도 있다고 판단된다.

빈번해지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은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선진화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회사에 대해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 가진 오너들이 적지 않다. 상장 이후에도 회사를 사유화하며 본인과 가족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이 너무나도 빈번하다.

남양유업이 대표적일 것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오너리스크와 매각 번복선언에 남양유업 소액주주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지분율이 53.08%에 이르는 홍 회장에 소액주주들이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대주주가 소액주주들을 주주권리를 침탈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SK이노베이션이나 LG화학처럼 기업의 유망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다음 IPO를 시키면서 주주가치를 희석시키는 경우도 있고 현대중공업처럼 상장사의 투자부분을 존속법인으로 남겨놓고 사업부분을 비상장자회사로 물적분할한 다음 상장시키면서 기존 주주들을 닭 쫓던 개처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소액주주들이 들고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반갑다. 하지만 이후 패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에 슬프다. 패배해서 슬픈 것이 아니라 소액주주들이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작금의 현실이 확인되기에 슬픈 것이다.

소액주주들이 졌지만 대주주가 상처를 입었다는 ‘정신승리’ 기사는 그만 쓰고 싶고 그만 보고 싶다. 우리나라도 대주주의 전횡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논의해봐야 할 시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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