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3N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겸임
“변화 외쳐도 소용없다”…내부에서 문제제기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블레이드앤소울2’는 돈을 써야 이기는 ‘페이투윈(Pay-to-win)’ 모델을 그대로 도입해 이용자들이 등을 돌렸고 결국 흥행 부진을 기록했다. 그간 비판을 받아온 비즈니스 모델을 또 도입한 것을 놓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및 경영진에 대한 비판과 책임론이 나온다.
14일 게임업계는 엔씨소프트 게임 이용자들은 ‘리니지M 문양사태’, ‘트릭스터M’ 등을 겪으며 불만이 쌓여왔고 블소2에서 다시 페이투윈이 적용되자 폭발한 것으로 보며 예견된 사태라고 입을 모았다. 이용자들이 외면한 과거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답습한 것을 놓고 엔씨소프트의 의사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단 지적도 나온다.
◇ 블소2 게임 개발 진두지휘한 김택진 대표
엔씨소프트는 20년 동안 김 대표의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 1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창업주가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겸임하는 형태는 3N(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중 엔씨소프트가 유일하다. 넷마블의 경우 방준형 의장과 권영식 대표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넥슨은 오웬마호니가 대표와 의장을 맡았으며, 김정주 창업자는 NXC의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사내이사로만 활동한다.
김 대표는 게임개발부터 경영까지 의사결정에 폭넓게 참여했다. 블소2 역시 김택진 대표가 직접 개발에 참여했다. 지난 2월 블소2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김 대표는 개발자로서 행사를 진행하며 게임에 대해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직접 블소2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게임 완성도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러나 결과는 흥행 실패였고 이용자들 사이에서 대표이사 책임론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엔씨소프트는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김 대표는 총 94억4200만원의 보수를 수령하며 상장사 ‘연봉킹’이 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반기보고서에서 “2020년 재무목표 달성에 대한 성과를 인정해 지급을 결정했다”며 “회사 대표이사로서 리니지2M의 개발 및 상용화를 최일선에서 추진해 모바일 게임 매출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사건이 터졌을 때 경영자는 통상적으로 감독으로서 책임은 질 수 있다. 핵심은 독자적으로 업무지시를 했는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이사회를 강화해서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OECD는 대표이사와 의장의 분리 및 상호견제를 권장하고 있다. OECD가 발간한 ‘기업지배구조원칙’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과 CEO의 역할을 구분함으로써 이사회 객관성과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동일인이 겸할 경우 그렇게 결정한 근거를 공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의장직 분리·사외이사 선임 방식 등 견제 필요
2020년 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기업지배구조 중 경영진 감독・견제 역할을 해야 할 ‘이사회’ 항목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지표 15개 중 미준수 항목은 ▲전자 투표 실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 ▲이사회 의장과 대표 분리 ▲집중투표제 채택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 설치 등 5개다. 이 지표 중 3개가 ‘이사회’ 항목에 해당한다.
엔씨소프트는 김 대표의 1인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사외이사 비중을 늘려 의사결정 구조의 합리화를 꾀했다. 전체 이사 7명 중 사외이사는 5명으로 비중이 큰 편이다.
그러나 대표가 의장직을 겸하는 한 진정한 견제가 불가능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업자 중심의 이너서클(내부 핵심)을 피하기 위해 외부주주에 의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의장직을 사외이사에 맡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 블소2로 출시 이후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수직적인 사내 문화와 경영진의 의사결정 구조를 비판한 글이 올라왔다. “리니지 외의 미래 먹거리가 없지만 아무리 변화를 외쳐도 소용없다”는 반응이었다. 실무진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도 윗선에서는 리니지 과금 모델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외이사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누가 추천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외부주주가 추천하지 않는 사외이사는 창업자가 모시고 온 손님이다. 이사회는 창업주의 독단적 결정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