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혜···재난지원금 취지 어긋나”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1 서울 강서구에서 콩나물국밥집을 운영하는 A씨는 “아주 죽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아침부터 계속 나와 있었는데 오늘 오전에 국밥을 10그릇도 못 팔았다”며 “원래 직원도 5명이었는데 장사가 잘 안 되니 저만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지원금을 쓰러 오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 서울 양천구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B씨도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재난지원금을 안 줬으면 좋겠다”며 “가게에 손님은 안 오는데 추석 앞두고 괜히 물가만 올라서 김밥 재료 살 비용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3 같은 지역의 개인 카페 점주 C씨는 “매출은 재난지원금 지급 전이나 후나 비슷하다”고 말했다. 곡류 판매점 겸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D씨도 “여기로 재난지원금을 쓰러 잘 안 온다”며 한숨을 쉬었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지난 7일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났다. 소상공인들은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재난지원금 지급 후 ‘반짝호황’을 누렸던 지난해 5월과 상황이 다르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만 특수를 누린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재난지원금 사용처에 포함한 것이 재난지원금 지급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매출 증대 효과 없어”
재난지원금은 지난 7일부터 지급되기 시작해 지난 12일 자정 기준 67.2%가 집행됐다. 절반 이상이 지급된 상황이지만, 소상공인들은 매출에 변화가 없다고 입 모아 말한다.
배달 앱을 통한 매출도 늘지 않았다. 서울시 성북구에서 샐러드 매장을 운영하는 박씨는 “배달 앱 주문이 전혀 안 늘었다”며 “재난지원금이 우리 가게로 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기기나 추석 상품 때문에 편의점으로 몰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배달 앱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은 메뉴 소개란에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이란 문구를 넣는 등 재난지원금 사용 홍보에 힘쓰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지 못했다.
반면 편의점은 재난지원금 특수를 누리고 있다. 편의점업계는 다양한 가격대의 과일, 고기 등 식자재를 선보이며 재난지원금을 노린다. 주요 식자재로 구성한 추석 선물 세트도 판매했다.
◇ 편의점업계는 매출 상승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후인 9월7~12일 편의점 업계의 정육·청과류 매출은 크게 늘었다. 한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수삼·버섯류 판매량은 전주 대비 299% 증가했다. 축산제품 매출도 297.7%로 눈에 띄게 늘었다. 양곡과 어류도 각각 175.4%, 171.7% 더 팔렸다.
일부 편의점은 전자기기·건강식품 등 고가의 제품도 판매하며 재난지원금 소비를 촉진한다. 이마트24와 GS25가 판매한 갤럭시워치4는 가장 저렴한 모델이 26만9000원이다. 재난지원금은 25만원이다.
갤럭시워치4 하나를 사면 재난지원금이 동난다. 소상공인 매장에서는 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소비가 발생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갤럭시워치4는 두 편의점 모두 물량부족으로 판매를 조기 종료할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 전자기기 소비로 편의점 가맹점주의 매출이 늘긴 하지만 결국 프랜차이즈와 전자기기를 제조·판매한 대기업이 이익을 보게 됐다.
편의점 점주들도 소상공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편의점업계 입장이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점포 대부분이 가맹점이고, 가맹점주 개개인이 다 소상공인”이라며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지만 대기업 수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은 수혜업종이란 인식이 있는데, 편의점업계도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편의점이 재난지원금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지원금 지급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이 과일이나 고기 등 상품을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구성해 소비를 이끌었다”며 “여기에 추석 기간도 겹치고 재난지원금까지 지급되니 편의점 소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석을 앞둔 지금이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장 활발한 시기일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받은 금액을 추석 준비로 대부분 소진해 추석 이후에도 소상공인이 재난지원금으로 인한 효과를 보긴 어렵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가 대형마트는 대기업 소속이라며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하고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포함했다. 사용처 지정 기준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특히 매출에 타격을 입은 업종의 소상공인들에게 재난지원금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