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사전신청 3일만에 50만명 돌파···은행권 대출규제 반사이익 전망
하나은행, 향후 사업협력 등도 추진 가능···산업은행, 혁신 기업 지원 성과

자료=토스뱅크/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토스뱅크/표=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제3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출범을 앞두고 다수의 사전신청 고객을 모집하는 등 흥행의 징조를 보이자 주요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같은 은행권의 하나은행은 단순한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뿐만 아니라 향후 사업 협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들도 내놓고 있으며 국책은행 산업은행 역시 ‘유니콘 기업 육성’이라는 본연의 역할 수행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리 2%대 수시입출금 통장 예고···출범 초기 대출 규제 유예 여부 ‘촉각’

14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4일 공식출범을 앞두고 있는 토스뱅크는 출범 전부터 파격적인 서비스를 예고하며 금융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0일 토스뱅크는 정기예금이나 적금이 아닌 수시입출금 통장에 2%대 금리를 지급하는 수신상품을 선보이며 사전신청을 시작했으며 단 3일만에 신청자 50만명을 돌파했다. 시간당 약 7000명의 고객이 토스뱅크에 가입한 셈이다.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100일만에 40만 고객을 달성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토스뱅크의 성장 기반으로 평가받는 금융플랫폼 ‘토스’ 역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총 2950만3000명이 온라인으로 ‘국민 지원금’을 지급받은 가운데 토스를 통해 지원금 알림 서비스를 등록한 고객 수는 7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플랫폼 3사(네이버, 카카오, 토스) 전체 등록자(1309만명)의 57%에 해당한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 플랫폼 고객들을 기반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룬 것과 같이 토스뱅크 역시 토스 플랫폼의 고객들을 흡수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들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의 은행권 대출 규제 흐름이 오히려 토스뱅크의 시장 안착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들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보험사들까지 대출을 조이고 있기 때문에 넘치는 대출 수요가 토스뱅크로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초기 출범 시기에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해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토스뱅크는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에 비해 여유롭게 대출을 취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출범 후 수년간 자본비율 규제를 유예 받는 등 금융당국으로부터 시장에 적응할 시간을 부여 받았다”며 “토스뱅크 역시 대출 규제 등을 유예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실제로 많은 고객들이 토스뱅크 예금 상품보다 대출 상품을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라며 “중금리 대출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2금융권으로 향하는 대출 수요를 많이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아직 출범 전이기 때문에 대출 규제 여부 등에 대해서 확답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일단은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 마지막 준비 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카카오뱅크 통해 수조원대 평가이익···하나·산업은행도 ‘잭팟’ 기대

토스뱅크의 등장으로 은행권의 경쟁들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하나은행과 산업은행 등은 긍정적인 시선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9년 예비인가 당시부터 토스뱅크 컨소시엄의 주요 주주(10%)로 참여하며 출범을 함께 준비했으며 산업은행은 지난 6월 토스뱅크가 4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때 1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두 은행은 토스뱅크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후 IPO(기업공개) 등을 진행하게 되면 막대한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의 지분 9.30%를 보유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의 경우 카카오뱅크 상장을 통해 수조원대의 평가 이익을 거뒀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6년 카카오뱅크의 지분 3809만7959주를 매입했으며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약 1993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해당 지분의 가치는 현재 약 3조원에 달한다.

단순한 투자 수익 이외에도 토스뱅크의 출범은 두 은행에게 많은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산업은행의 경우 국책은행으로서의 토스뱅크로부터 혁신 사업 지원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경우 단순 실적보다 그 설립 취지에 맞는 역할 수행이 경영 평가의 주요 지표가 된다.

한국산업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산업은행은 ▲산업의 개발·육성 ▲사회기반시설의 확충 ▲지역개발 ▲금융시장 안정 ▲그 밖에 지속가능한 성장 촉진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관리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때문에 산업은행은 지난 6월 토스뱅크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면서 ‘유니콘 기업’ 육성 등을 강조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과의 다양한 협력을 시도할 수 있게 됐으며 혁신기업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은행 내에 이식할 수도 있게 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업과 기업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하나금융이 SK그룹과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토스뱅크 출범을 위한 인력 교류 등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금융시장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는만큼 (토스뱅크와) 선의의 경쟁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토스뱅크가 급성장을 거듭해 기존 은행권을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토스가) KB금융과 카카오뱅크 같은 다소 불편한 관계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지만 동시에 견제가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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