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기기제조사에 파편화금지계약 체결 ‘강제’···모바일 OS 독점력 강화
구글 “공정위, 국제법 기본원칙도 고려 못했다···항소 예정”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엘엘씨 등의 안드로이드 OS 관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엘엘씨 등의 안드로이드 OS 관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구글에 2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이 삼성전자 등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변형 OS(포크 OS)를 사실상 탑재할 수 없게 함으로써 경쟁 OS 시장진입을 방해하고 혁신을 크게 저해했다는 이유에서다. 구글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라며 반발했다.

14일 공정위는 구글엘엘씨(미국 본사), 구글 아시아퍼시픽, 구글 코리아 등 3사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 구글코리아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인지 약 5년 만에 내린 결론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기기 제조사가 필수적으로 체결해야 하는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과 OS 사전접근권 계약 과정에서 전제 조건으로 파편화금지계약(AFA)을 반드시 맺도록 강제했다. 기기 제조사가 포크 OS를 탑재한 기기를 단 1대라도 출시하게 되면 AFA 위반으로 플레이스토어 및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을 박탈하는 방식을 취했다.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은 플레이스토어, 구글 검색 등 구글의 주요 앱 묶음을 함께 라이선스하는 계약이다. OS 사전접근권은 구글이 최신버전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기 약 6개월 전 미리 소스코드를 제공하는 계약으로, 매년 하이엔드 기기를 출시해야 하는 기기 제조사엔 꼭 필요한 권한이다.

이처럼 구글이 AFA 체결을 강제하면서 글로벌 주요 기기 제조사와의 AFA 체결 비율은 2019년 기준 87.1%에 달했다. 그 결과 구글은 모바일 분야에서 시장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 등 안드로이드 계열이 아닌 OS는 모두 시장 점유율 확보에 실패하고 시장에서 퇴출당하면서 포크 OS의 시장진입은 사실상 봉쇄됐다.

실제 AFA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기기 제조사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시계, 스마트TV 등 모든 스마트기기에 포크OS를 설치할 수 없고 자체 OS를 개발하지 못했다.

이같은 포크 OS의 시장 진입 실패로, 구글은 모바일 분야에서 97.7%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독점 사업자가 됐다.

구글의 AFA 강제 체결이 스마트기기용 OS 개발 분야에서 혁신을 크게 저해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에 공정위는 구글을 상대로 과징금과 함께 기기 제조사에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및 OS 사전접근권과 연계해 AFA 체결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토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명령이 적용되는 사업자는 국내 제조사뿐만 아니라 한국에 공급되는 기기를 제조, 유통 또는 판매하는 해외 제조사도 포함된다.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글은 모바일 OS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기타 스마트기기 OS 분야에서 혁신을 저해했다”며 “이번 조치로 모바일 OS 및 앱 마켓 시장에서 향후 경쟁압력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이날 공정위 결정에 불복한다는 입장문을 통해 항소 계획을 밝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혁신의 원동력이 됐고, 국내 기기 제조사 및 앱 개발자의 세계적인 성공을 가능케 했다. 그리고 이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보다 다양한 선택과 더 나은 품질 및 이용자 경험으로 이어졌다”며 “공정위의 결정은 이런 혜택들을 간과했고, 소비자들이 누리는 이익을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한 이번 결정은 호환성 프로그램이 자국의 경쟁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외국 국가들에 대해서까지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어 국제법의 기본원칙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