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5000억원 청사진 제시한 최태홍 대원제약 사장, 외형 성장에도 수익 주춤···분기별로는 2분기 영업익 흑자 전환
김정호 일성신약 사장, 3월 사임···매출·영업익 동반 감소, 외부 CSO에 영업 위탁했지만 크게 효과 없어

최태홍 대원제약 사장(왼쪽)과 김정호 전 일성신약 사장. / 사진=각 제약사
최태홍 대원제약 사장(왼쪽)과 김정호 전 일성신약 사장. / 사진=각 제약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전문경영인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대원제약과 사임한 일성신약이 엇갈린 경영실적을 나타냈다. 대원제약은 수익성은 다소 주춤했지만 매출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일성신약은 매출과 수익성 모두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제약사는 업계에서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했던 인사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를 부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이사 사장으로 근무하면서 경영 실적에 대한 책임은 물론, 해당 제약사를 대표하는 법적 책임도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대원제약과 일성신약은 각각 지난 2019년 6월과 3월 타 제약사 대표를 역임한 인사를 사장으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를 부여하지 않았다. 다른 제약사들과는 다른 행보다. 특히 일성신약의 경우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한 인사가 올해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원제약과 일성신약의 공통점을 보면 올 상반기 수익성이 부진했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외형의 성장세다. 대원제약의 매출은 늘었지만, 일성신약은 감소했다. 대원제약의 올 반기 매출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1627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실적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2억원이다. 전년대비 87.4% 감소했다. 연구개발비는 156억원이다. 전년대비 6.9% 늘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9.6%다. 전년대비 0.2%p 증가했다. 대원제약 간판품목인 ‘코대원포르테’ 등 호흡기질환 치료제 부진도 이같은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원제약의 경우 상대적으로 1분기보다는 2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대원제약이) 올 1분기에는 22억원 영업적자까지 발생했지만 2분기 영업이익 49억원을 기록하면서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을 27억원 흑자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단, 이같은 실적은 개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즉, 관계사를 제외한 대원제약 실적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 흑자폭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같은 실적을 달성한 최태홍 대원제약 사장은 한국얀센 부사장과 한국·홍콩 총괄사장, 북아시아지역 총괄사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최 사장은 지난 2019년 대원제약에 영입되며 연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대원제약이 지난해 12월 보령제약과 고혈압 치료 신약 ‘아카브’와 ‘투베로’의 공동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하는데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은 대원제약에 영입되기 전 보령제약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반면 김정호 일성신약 사장은 지난 3월 말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9년 3월 일성신약에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김 사장이 2년여밖에 근무하지 못한 것이다. 김 사장의 사임 사유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일성신약 경영실적은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일성신약 상반기 매출은 189억원이다. 전년 대비 8.3% 감소한 실적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2.7억원으로 전년대비 적자가 지속됐다. 당기순이익은 -55억원으로 전년대비 적자로 전환됐다.

일성신약 영업적자가 시작된 것은 매출 부진이 본격화된 지난 2019년부터로 파악된다. 이에 일성신약은 올해부터 자체 영업조직과 함께 외부 CSO(영업대행사)에 영업을 위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성신약 매출 부진은 이어지고 있고 상반기 지급수수료가 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7.6%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급수수료 전체가 CSO에 지급한 수수료는 아니지만 통상 지급수수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다.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업계 소식통은 “김 사장은 회사 매출이 부진한 내용을 파악하고 그동안 모든 것을 매출 증대에 맞춰 추진했다”며 아쉬움을 표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월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중견제약사 매출이 부진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제약사 오너가 전문경영인에게 힘을 실어주는 업계 풍토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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