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D램 가격 조정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가운데 2개 분기 연속 매출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메모리반도체 호조에 따른 결과다. 다만 4분기에는 D램 가격 조정이 예상돼 삼성전자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3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에 223억 달러(약 26조원)의 실적을 기록해 반도체 기업 중 매출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분기(202억 달러) 대비 10% 상승한 수치로 1위를 사수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 1위 유지…D램 현물가는 하락 추세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2018년 3분기 이후 11분기 만에 인텔을 제치고 1위에 등극한 바 있다. 당시에도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호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4분기에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인 DDR4 8Gb 현물가격은 3.889달러였다. 올해 최고점이었던 3월말 5.3달러 대비 20% 이상 하락한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증가했던 노트북 수요가 백신 접종 확대로 감소하면서 D램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격 수요 둔화로 노트북 수요가 줄고 있고, 서버 재고가 내년 상반기에 조정된다는 얘기가 있다. 모듈 회사들이 이를 반영해 재고를 줄이면서 현물 가격이 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정거래가격은 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현물가격을 반영한다. 이 때문에 메모리반도체 4분기 업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호황이 끝날 경우 삼성전자 D램 수익성은 떨어질 수 있다.
◇ “D램 가격 하락하면 삼성전자 출하량 조절할 것”
증권가는 D램 고정거래가격이 4분기부터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세계 노트북의 80% 정도를 만드는 대만의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 등 세트업체들이 반도체 재고를 쌓아놓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에 따른 가격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현물가격이 빠지고 있고, 고정거래 가격도 결국은 떨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파운드리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고 D램 재고 조절도 가능해 삼성전자 실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나온다.
이 센터장은 “파운드리 부문은 상반기에 부진했지만, 수율 개선과 TSMC에 이은 파운드리 가격 인상으로 하반기 실적은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D램이 일정 수준 가격 이하로 하락하게 되면 삼성전자가 출하를 안 하고 자체적으로 보유할 수 있다. D램 가격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는 있지만, 재고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이익 자체는 견고하게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센터장은 “PC용 D램 현물가 하락으로 수요에 변동성은 있겠지만, 비중이 크지 않아 하나의 참고사항으로 보면 된다”며 “서버와 모바일이 D램 시장에서 금액 기준 80%를 차지해 제일 중요한데, 이들은 재고 축적 신호가 보여서 기존에 우려했던 것보다는 상황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