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지주 지난 5월 저점 이후 최대 144.2% 올라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도 각각 102.3%, 38.7% 상승
배당 성향 축소 이슈 이후 대규모 자사주 매입 나선 효과로 풀이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배당 성향 축소 발표에 변동성이 확대됐던 메리츠금융그룹주들이 최근 들어 가파른 주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배당성향 축소가 대표적인 배당주였던 메리츠금융그룹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주주가치 제고로 내건 자사주 매입이 적극 실행되면서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린 결과로 풀이된다.
1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메리츠금융지주가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10일 장중 3만9200원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지난 5월 17일 배당 성향 축소 발표 직후 급락했던 1만6050원 대비 144.2% 상승한 수치다. 주가 급락 전인 5월 14일 1만9600원 대비로도 두 배 올랐다.
메리츠금융지주 자회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역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10일 3만4700원을 기록하며 지난 5월 20일 1만7150원 대비 102.3% 올랐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5월 저점 대비 38.7% 상승했다.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 대비 상승폭은 적었지만 증권주 대다수가 하락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모습이다.
이는 중기 주주환원 정책 방안이 발표된 지난 5월과는 사뭇 다른 전개다. 당시 메리츠금융지주는 배당성향을 10%로 유지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메리츠금융그룹주들이 대거 급락했다. 메리츠금융 3사의 최근 3년 간 평균 배당성향이 30%를 넘어선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해당 발표가 사실상 배당을 축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 것이었다.
게다가 배당성향을 축소하는 대신 내건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서도 시장 반응이 좋지만은 않았다. 당시 주요 증권사들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자사주 소각의 규모와 시기 등을 밝히지 않았다며 주주정책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KB증권은 이 같은 정책에 이례적으로 매도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최근 들어 시장 전망과는 반대되는 주가 흐름이 나타난 배경에는 자사주의 적극적인 매입이 꼽힌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새로운 주주 환원정책을 낸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지난 6월 NH투자증권과 5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체결을 결정했다고 공시했고 지난달 30일 다시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역시 자사주 매입 행렬에 동참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6월(900억원)과 8월(900억원) 총 1800억원어치의 자사주 매입 공시를 각각 900억원의 자사주 매입 공시를 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3월 1000억원에 이어 6월에도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공시를 낸 바 있다.
이와 함께 주가가 높아진 상태에서도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모습이 나왔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우 당시 신고가를 기록했던 이달 8일과 9일 각각 1만5103주, 3만주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게다가 이때의 주가 수준은 지난 6월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상태였다. 메리츠화재 역시 주가가 신고가를 기록했던 이달 7일, 8일, 9일 총 30만주를 매수했다.
메리츠금융그룹주가 자사주 매입에 연이어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기존 주주 입장에선 지분가치 증대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이다. 특히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우 자사주 매입이 지속되면서 유통물량 감소 효과가 극대화 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메리츠금융지주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72.25%)와 자사주(5.99%)의 지분율은 총 78.24%로 향후 자사주 매입이 지속될수록 상장 주식 수 대비 유통 물량은 더욱 줄게 된다.
다만 여전히 자사주 소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 정책으로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신호로 해석되지만 소각 이슈가 나오지 않거나 소각이 되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다면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자사주 소각까지의 플랜이 곁들여질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