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 성공
중소형 거래소는 '요원'···'김치코인' 투자자 피해 우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지난 한 주(6~10일)간 극심한 양극화를 경험했다.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는 최대 난제로 꼽혔던 은행과의 실명계좌 발급 계약에 성공하면서 향후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반면 중소형 거래소는 줄폐업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중소형 거래소의 집단 폐업으로 인해 3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빗썸, 코인원과 실명 계좌 발급 계약을 연장했다. 농협은행은 거래소들과 재계약을 진행하고 확인서를 발급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 계좌 발급 확인서를 이달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해 신고를 해야 한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 부과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간 빗썸·코인원은 농협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재계약을 따내는데 난황을 겪었다. 농협은행이 두 거래소에 ‘트래블 룰’을 구축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트래블 룰은 불법 자금세탁을 막고 추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금이동 규칙’이라고 불린다. 금융 시스템에서 자금이 오갈 때 중개자는 송금인 A와 수신인 B의 신원 정보를 모두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농협은행은 거래소가 트래블 룰 시스템을 단기간에 구축이 힘들면 거래소 간 코인 이동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거래소 내부 가두리 거래만 가능해질 경우 시세 조작이 쉬워지고 거래소별 시세 편차가 커져 시장이 혼란해질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농협은행과 거래소는 고민 끝에 절충안을 마련했다. 빗썸과 코인원이 FIU 신고 수리 이후 고객이 신원확인(KYC) 및 지갑 주소 확인 절차를 거치면 기존 서비스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빗썸과 코인원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트래블 룰 구축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한은행도 코빗에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확인서를 발급했다. 이에 4대 거래소는 모두 FIU 신고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 제기되던 업비트의 가상화폐 시장 독점 현상에 대한 우려도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비트는 가장 먼저 은행(케이뱅크)와 실명계좌 재계약을 맺는데 성공해 거래소 가운데 업비트만 살아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반면 대다수의 중·소거래소는 아직도 실명계좌 발급이 요원한 상태다. 시중은행은 중소형 거래소에 대해서는 아직도 실명계좌 발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형 거래소 가운데 지닥, 고팍스, 한빗코 정도만 계좌 발급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거래소는 24일까지 신고에 실패할 경우 원화 거래 중개 사업은 접고 비트코인 등 코인으로 암호화폐를 사고 파는 코인마켓만 운영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시장에서는 거래소 줄폐업으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형준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최근 열린 ‘가상자산 거래소 줄폐업 피해 진단과 투자자 보호 대안’ 포럼에서 “신고를 하지 못한 중소형 업체들이 줄폐업하면 ‘김치코인’ 투자자 피해액이 3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4대 거래소만 살아남으면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상당수의 ‘김치코인’이 퇴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현재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등재된 159개 코인 가운데 원화 거래 비중이 80% 이상이면서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에 상장되지 않은 김치코인은 모두 42개”라며 “42개 코인의 시가총액 3조원이 피해 금액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