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홈쇼핑 업체들 “가상 모델 관련 사업 예정 없어”
전문가 “주된 고객 고려해야···가상 모델은 온라인 활용 권장”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롯데홈쇼핑이 자체 제작한 가상 모델 ‘루시’의 활동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가상 모델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등 속도를 내는 중이다. 반면 홈쇼핑업계의 타 업체들은 가상 모델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새라, 가상 모델 바람은 롯데홈쇼핑 선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루시의 활동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최근 롯데홈쇼핑은 영상·메타버스 관련 스타트업에 30억을 투자했다. 유통업계가 메타버스 활용을 늘림에 따라 롯데홈쇼핑도 루시를 내세워 메타버스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가상 모델 루시는 지난 2월부터 SNS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활동을 시작하고 약 7개월 지난 현재 팔로워수는 2만3000명이다. 주얼리 브랜드와 유명 플랫폼 기업 등이 루시와의 협업을 문의하기도 했다. 아직 확정된 바는 없지만 협업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롯데홈쇼핑의 가상 모델 제작 배경은 MZ세대 공략에 있다. 5060에 치우친 홈쇼핑 이용 연령층을 다양화하려는 시도다. CJ온스타일도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지난 8월 가상 모델과 협업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지만, 기존 탄탄한 고객층이 이탈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가상 모델이 홈쇼핑의 매출 증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5060에게 소구하기 어려워서다. 현재 홈쇼핑업계의 주된 고객층은 5060이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롯데홈쇼핑을 제외한 타 홈쇼핑 업체들은 가상 모델 사업에 소극적이다. 수익성이 확인되지 않아서다. 흥행 여부가 불확실한 가상 모델을 쓰기보다는 젊은 층이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모델을 활용하는 편이 MZ세대 공략법으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모델을 쓸 때는 그 모델이 기존에 지니고 있는 이미지나 아우라 등이 상품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며 “가상 모델은 아직 이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 A씨는 “가상 모델 관련 계획해서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Z세대를 공략할 방법으로는 이미 라이브 커머스를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홈쇼핑업계 관계자도 “종종 가상 모델과 협업할 수는 있지만 자체 모델을 제작할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로 업황이 좋지 않아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하긴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앞서 롯데홈쇼핑은 루시를 ‘가상 쇼호스트’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루시의 쇼호스트 투입 여부를 확실하게 말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기술이 따라야 하는 부분이라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루시가 가상 쇼호스트로 활용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활동 중인 실존 인물을 대체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홈쇼핑업계의 주된 소비자층을 고려했을 때 가상 모델을 쓰는 방식을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장년층은 가상 모델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며 “주된 고객층에 적합한 마케팅 방식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추후 TV 홈쇼핑 방송을 진행하게 된다면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가상 모델을 TV 방송이 아닌 온라인 가상 쇼호스트 정도로 활용한다면 여러 세대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