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 7.34%로 지역 펀드 중 2위
일주일 기준으로는 해외 펀드 중에서 가장 높아
총리 교체에 따른 경제 정책 기대감 일본 증시 밀어올려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일본 펀드가 모처럼 가파른 수익률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한 달 동안 해외 지역 중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인도와 유사한 성적표를 내고 있다. 총리 교체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일본 펀드의 성과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장기적인 추세가 되기 위해선 정치적인 이슈가 아닌 실질적인 경제 회복이 관건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일본 펀드 40개의 평균 수익률은 7.34%다. 이는 같은 기간 해외 지역별 펀드 중에서 인도(7.9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익률이다. 최근 일주일 수익률만 놓고 보면 일본 펀드는 5.63%의 수익률로 해외 지역 펀드 중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개별 펀드로 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KINDEX일본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이 최근 한 달 동안 16.03% 수익률로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일본헬스케어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합성)’은 15.87% 수익률로 그 뒤를 이었다.
일본 펀드가 그동안 다른 지역 펀드 대비 두드러진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최근 흐름이 주목된다. 신흥국 증시가 좋은 모습을 보일 때는 중국과 인도, 베트남, 브라질 펀드 등이 높은 수익률을 보였고 선진국 증시가 상승 흐름을 보일 때는 북미 펀드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일본 증시 역시 지난해 이후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다른 지역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일본 펀드의 설정액도 쪼그라드는 모습이었다. 일본 펀드 40곳의 설정액은 1353억원으로 러시아(1727억원) 보다 적다. 일본과 같은 선진국 펀드인 북미(4조8221억원), 유럽(4288억원)과도 차이를 보인다. 일본 펀드의 설정액은 5년 전만 하더라도 9000억원에 육박했었다.
일본 펀드가 이처럼 좋은 성적을 낸 배경에는 일본의 정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3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총리 교체 이벤트가 발생했다.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직을 겸하기 때문에 스가의 자민당 총재 불출마 선언은 총리 교체로 통한다.
새로운 총리와 정책 기대감이 투심을 살린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총리에 취임한 스가 총리는 코로나19 대응 부실과 도쿄올림픽의 성과가 기대 못 미치면서 지지율이 70%대에서 20%대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일본 경제 성장 기대감도 그만큼 낮아진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리 교체 이슈가 발생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함께 경기 회복 기대가 되살아났다.
실제 닛케이225지수는 스가 총리가 불출마 선언을 한 지난 3일에만 2.05% 상승했고 이후에도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30000선을 회복했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를 반영하는 토픽스지수 역시 같은 날 2015.45로 장을 마치면서 일본 경제 버블기인 1991년 4월 이후 30여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새로운 총리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점은 일본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더해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긴급사태 발효·해제의 판단 기준을 신규 확진자에서 의료 체제 부담 수준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는데, 이로 인해 경기 재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투심을 살리는 요인으로 분류된다.
다만 일각에선 뚜렷한 경기 회복세가 나올 때까지는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는 이달 29일로 아직까지 시간이 남아 있지만, 정책적인 이슈로 증시가 반응할 때에는 상승세의 수명이 긴 경우가 잘 없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클 수 있다”며 “결국 실질적인 경제 회복세가 나오고 펀더멘털이 강해지느냐 여부가 증시의 장기 상승에 관건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