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출범···규제개선부터 지원사업 논의
현재 회원사는 453곳···게임사 참여는 엔씨소프트 한 곳뿐, 중견게임사는 전무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게임업계가 각자도생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업 초기인 만큼, 성장을 위해 규제 개선부터 정부 지원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작 의견 전달 창구인 민관협의체에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 미래 성장 동력인 메타버스 잡기 나선 게임사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사들이 기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지난 9일 모바일 앱 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앱 6위에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가 이름을 올렸다. 유니버스는 글로벌 팬덤 플랫폼으로 K팝 스타들과 팬이 만나는 가상공간을 구현했다. 스타들의 아바타를 만들고, 팬덤 간의 경쟁과 보상이라는 게임 시스템 도입해 빠르게 다운로드 수를 올렸다.
넷마블의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는 지난달 31일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본격 메타버스 사업에 나섰다. 가상 아이돌을 육성해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게임과 연계된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5월부터 넷마블에프앤씨는 ‘메타아이돌’ ‘메타월드’의 상표권을 출원하고 관련 인재를 채용하는 등 밑작업을 다져왔다.
컴투스는 각자대표 체제로 출범 후 메타버스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5일 1607억원을 투자해 메타버스 업체 위지윅스튜디오의 경영권을 인수한 바 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가상융합현실(XR) 등의 기술을 결합해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게임을 접목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작도 시도하고 있다. 넥슨은 미래성장 동력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인 ‘프로젝트 MOD’를 준비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메이플스토리’의 그래픽 소스를 활용해 창장 활동을 지원하는 등 메타버스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전 세계 게임 이용자의 관심을 끈 펄어비스의 ‘도깨비’ 역시 메타버스를 활용한 게임이다.
게임사들이 메타버스 시장에 도전하는 이유는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는 동시에 잘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올해 50조원에서 2025년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게임 속 가상세계를 창조해 온 게임사로서는 메타버스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메타버스는 ‘게임화(게임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것)’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 커뮤니티 형성 등은 게임 속 기능”이라며 “게임산업이 인접산업과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게임의 요소가 다른 산업으로 확장·적용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규제개선·지원방안 창구인 민관 협의체…게임사 참여는 저조
그러나 게임사는 각자도생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확장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5월 메타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처음으로 민관 협력체인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지난 3일 기준 얼라이언스 회원사는 453곳에 달하지만, 대형 게임사는 엔씨소프트 한 곳뿐이다. 중견 게임사는 명단에 없었다. 메타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상호 협력의 장을 마련했지만, 게임사의 참여가 저조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과거 정부 사업의 참여제한을 받은 기업이 아니라면 특별히 자격제한은 없다”며 “구체적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게임업계의 의견을 전달할 창구가 얼라이언스 외에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메타버스 관련 정책과 지원사업에서 얼라이언스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얼라이언스는 메타버스 성과공유부터 법제도 검토, 기업 간 협업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다. 협의체를 통해 정책발굴부터 사업지원에 나서는 만큼, 참여가 저조한 게임업계 목소리는 반영되기 힘들다.
기업 간 협업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얼라이언스 사무국은 약 70개의 프로젝트를 신청 받았으며 다음달 종합발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결과를 참고해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포함하는 등 지원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사업에서 수익화의 핵심인 블록체인과 NFT 기술은 게임에서 금지돼 있다. 법 규제 때문에 해외에서만 서비스하거나 게임이 아닌 다른 장르로 분류해 서비스 하는 상황”이라며 “게임업계에서 힘을 모아 규제 개선이나 지원을 요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