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친환경차 이어 로봇산업 통해 미래 먹거리 개발
“향후 그룹 미래 사업 로보틱스 비중 20% 될 것”
보스턴다이내믹스 “자율주행차와 로봇 닮은 점 많아”
향후 기술 개발 통해 현장에 제조형 로봇 투입할 수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래 모빌리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탄소 중립 시대를 맞아 수소,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성장동력 전략을 발표한데 이어, 그의 새로운 야심작 로봇 기술이 공개됐다.

앞서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수소차 개발에 속도를 내며 오는 2025년경부터는 친환경차 전환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한 지난 8일에는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수소기업협의체를 출범하고 수소 에너지 시대 실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를 ‘캐시카우(현금원)’로 삼아 안정적인 수익 활동을 기반으로, 로보틱스·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마무리했다. 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의 협업을 통해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물론, 향후 물류·제조·건축 산업 현장에도 로봇을 투입하며 신규 수익 창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10일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사업인 로보틱스 분야를 선도할 기술과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1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개발한 로봇에 관한 설명과 향후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온라인기자간담회 화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1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개발한 로봇에 관한 설명과 향후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온라인기자간담회 화면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그룹과 공동의 목적의식을 갖고 있으며 제조, 공급망 운영과 관련한 현대차그룹의 전문성이 보스턴다이내믹스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가진 로보틱스 기술은 향후 현대차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과 결합돼 상호보완적 결과물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아론 손더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스팟은 비전 카메라를 통해 경로 방향, 높이, 장애물을 인지하고 데이터를 통해 이동하는데 활용하지만, 레이더(Rader)나 라이다(Lidar)를 통해서도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차량이 해결하려는 문제와 로봇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유사하기 때문에 서로 상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현재 비전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더 등 각종 센서를 바탕으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오는 2023년에는 모셔널과 공동 개발한 레벨4 수준의 ‘아이오닉5 로보택시’의 공개 및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그동안 기술개발 단계에 머물렀던 로보틱스가 현대차그룹을 만나 상용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플레이터 CEO는 “지난해 4족 보행 로봇 스팟 출시 이후 매출이 크게 늘었으며, 내년 하반기에는 물류시설 특화 로봇 ‘스트레치’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로봇을 개발하고 상용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스팟과 스트레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스팟의 경우 실물 시연도 함께 진행했다. 스팟은 몸체와 팔이 자연스럽게 서로 맞물려 움직였으며, 계단도 무리 없이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보스턴다이내믹스 개발한 4족보행 로봇 '스팟'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간담회 갈무리
보스턴다이내믹스 개발한 4족보행 로봇 '스팟'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온라인기자간담회 화면

스트레치는 창고 자동화를 위해 개발된 모델로 트럭이나 컨테이너에서 짐을 내리는 작업이 가능하며, 향후 팔레트나 주문제작과 같은 다른 작업들을 추가할 계획이다. 또한 머신러닝을 기본으로 한 비전 시스템을 통해 처음 보는 박스도 인지할 수 있으며, 현재 시간당 800개의 박스를 옮길 수 있다.

아틀라스의 경우 인간처럼 걷고 뛰고 춤추는 것은 물론, 파쿠르 코스를 완주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아틀라스는 연구 플랫폼용으로 상용화보다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개발을 돕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플레이터 CEO는 최근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새로운 기업들이 로봇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그만큼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라는 의미다”라며 “우리는 수십년 동안 로봇을 개발해온 경험을 갖고 있으며, 현대차 지원이 더해져 앞으로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로보틱스 ‘20%’의 꿈, 현실로

앞서 정의선 회장은 그룹 미래 사업과 관련해 자동차 50%, UAM 30%, 로보틱스 20% 비중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약 1조원을 투자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단번에 로봇 분야 세계 선두권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의 로봇산업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기도 했다. 아직 먼 미래인 로봇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자칫 ‘헛돈’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이번 보스턴다이내믹스 간담회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로봇 산업 진출에 대한 당위성을 입증했다.

앞서 언급했듯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과 자율주행차 개발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봇과 자율주행차의 경우 카메라와 레이더 등 각종 센서를 통해 주변상황을 인지하고 분석하는 것은 물론 각종 지형·지물을 이동하고 돌발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둘 다 배터리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도 같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또 미래 제조현장에서도 로봇이 투입되면서, 품질 개선 및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미래에 제조현장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로봇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로봇 개발이 완료될 경우, 현대차 제조현장에서도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의 경우 고임금 체제가 굳혀지면서, 고정비 부담이 큰데 향후 로봇이 현장에 투입되면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 경우 노조와의 갈등은 물론,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사회 전반에 걸친 반감이 예상된다.

한편 현대차는 로봇 산업을 자동차 산업에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한 이후 안내·지원이 가능한 이동형 로봇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인간과 흡사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까지 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은 올해 444억달러(약 51조원) 규모에서 매년 평균 32% 성장세를 기록해 오는 2025년 1772억달러(약 204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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