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PG사 인수로 내년 오픈마켓 도입 예고···간편결제도 탑재
배송 기사도 대거 채용···“선별된 공급자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할 것”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내년 상장을 앞두고 있는 마켓컬리가 본격 몸집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프리미엄 식품으로 새벽배송(샛별배송) 선두권을 꿰찬 마켓컬리는 최근 숙박권, 항공권 예약 사업에 이어 오픈마켓 시장 진출까지 예고했다. 오픈마켓은 사업 확대에 필연적이지만 그만큼 양날의 검으로 작용해 자칫 마켓컬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중심에서 비식품으로 상품군을 확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지난 4월 호텔·리조트 숙박권을 시작으로 뷰티, 가전제품, 항공권·렌터카 예약 서비스 등을 잇따라 추가하며 상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마켓컬리는 최근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 페이봇을 인수했다. 현재 마켓컬리는 약 2000개 파트너사들과 3만여개 상품을 직매입해 운영하고 있다. 페이봇을 인수한 마켓컬리는 자체 결제, 정산 시스템을 구축해 내년 상반기 오픈마켓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상품 구색을 강화해 소비자들에게 상품 선택권을 넓혀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오픈마켓은 직매입과 달리 상품 경쟁력과 수익성 증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로써 이커머스가 몸집을 키우기 위해 오픈마켓을 도입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오픈마켓은 기업이 플랫폼을 제공하면 상품 등록부터 결제, 배송까지 판매자가 모두 관여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상품 구색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쿠팡과 이베이코리아가 이커머스 선두권인데는 취급하는 상품수만 2억개가 넘어 거래액 증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SSG닷컴이 오픈마켓에 뛰어드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번 마켓컬리의 오픈마켓 도입이 내년 상반기 목표로 하는 국내 증시 상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켓컬리에게 오픈마켓은 곧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마켓컬리는 수도권에서만 제공했던 샛별배송 지역을 충청도, 대구로 넓혔고 연내 부산, 울산, 광주 등으로 배송 권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연말이면 전국 새벽배송을 목표로 샛별배송 차량 운전, 배송 업무를 수행할 샛별크루도 대규모 채용하고 있다.
실제 마켓컬리가 상장 과정에서 ‘적자’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9523억원으로 2018년 대비 6배가량 늘렸지만, 영업손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 53억원이던 영업손실은 2018년 337억원, 2019년 1012억원, 2020년 116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켓컬리가 오픈마켓 사업을 시작하면서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오픈마켓 특성상 품질 저하, 배송 지연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고집해온 마켓컬리만의 특색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는 김슬아 대표가 직접 상품을 선별하고 판매하며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 또 마켓컬리는 창업 초기부터 상품위원회를 운영해 맛과 가격, 포장 상태 등 70여가지 기준을 두고 평가해 통과된 상품만을 판매해왔다. 매주 금요일은 김 대표가 마켓컬리에서 직접 판매하는 식품을 일일이 확인하는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가 오픈마켓 카드를 꺼냈다는 것은 그만큼 식품만으로는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상장을 앞둔 마켓컬리가 사업 확대하는 방안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오픈마켓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존 마켓컬리 방침대로 선별된 공급자만 입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체결제 시스템이나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수단을 다양하게 마련하기 위해 PG사를 인수한 것”이라며 “오픈마켓을 위한 첫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