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 IRP 적립액 3165억원으로 지방은행 1위···증가율은 최저
대구은행, 2분기 IRP 수익률 6.24%로 은행권 1위···IM뱅크 퇴직연금 메뉴 개편 예정

자료=은행연합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은행연합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개인형퇴직연금(IRP)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와 시중은행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지방은행들도 경쟁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BNK금융그룹의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지방은행 1, 2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은행권 최초로 수수료 면제 정책 도입하기로 했으며 DGB금융그룹의 대구은행은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이들 은행을 맹추격하고 있다. 재테크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 증대로 금융권 IRP 시장의 규모는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비대면 서비스 개선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추가 대책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4개 지방은행, IRP 적립액 1년새 31.18%↑···부산은행, 은행권 최초로 수수료 면제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은행권 IRP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고령화 시대 연금 수요 증가로 퇴직연금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초저금리 장기화로 인해 금융투자에 대한 전국민들의 관심이 늘어나자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IRP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총 IRP 적립액은 23조209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6조8576억원) 대비 37.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DB형의 적립액 증가율(10.9%)보다 26.78%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방은행들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4개 시중은행(부산·경남·대구·광주은행)의 IRP 적립액은 818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6238억원) 대비 31.18% 늘어났다. 이 역시 같은 기간 DB형 적립액 증가율(10.59%) 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방은행들 중 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부산·경남은행과 대구은행은 올해 보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증권사들의 수수료 제로 정책에 시중은행들이 가입 경품 이벤트 등으로 맞불을 놓자 지방은행들도 생존을 위해 변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산은행의 경우 지난달 증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수수료 면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은행권에서 IRP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은 부산은행이 처음이다. 면제 대상은 비대면 채널을 통해 가입한 고객들이다. 상반기 기준 부산은행의 IRP 적립액은 316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496억원) 대비 26.8% 늘어났다. 적립액만 놓고 보면 지방은행들 중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 중이지만 증가율은 경쟁사들 중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그룹의 경남은행도 곧이어 수수료 제로 정책에 동참했다. 부산은행과 마찬가지로 비대면 채널을 통해 가입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며 퇴직금수령 계좌를 제외한 개인 납입 금액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지난해 상반기 1506억원의 IRP 적립액을 기록했던 경남은행은 올해 상반기 2107억원으로 39.91% 증가했다.

BNK금융의 이러한 수수료 제로 정책은 은행권에서 다소 파격적인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증권사와는 다른 수익구조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수수료 면제를 실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져왔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IRP를 통해 모집한 고객들에게 다른 금융투자 상품을 연계하기 수월한 증권사와는 달리 은행은 수수료 자체가 IRP 사업의 중요한 요소”라며 “안정성을 추구하는 은행 퇴직연금 고객들에게 다른 상품을 연계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중은행들의 경우 절대적인 (적립액) 규모 자체도 크기 때문에 수익의 한 부분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은행, 3분기 연속 IRP 수익률 1위···적립액 1906억원으로 경남은행 맹추격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추격하고 있는 대구은행은 업계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가장 큰 무기로 삼고 있다. 2분기 기준 대구은행의 IRP 수익률은 6.24%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경남은행이 4.05%로 2위를 기록했으며 부산은행과 광주은행은 각각 3.86%, 3.11%를 기록했다.

대구은행이 수익률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지난해 4분기부터였다. 지난해 2분기까지만해도 대구은행은 0.44%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지방은행들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3분기에 2.07%로 부산은행(2.08%)에 이은 2위에 올랐다. 이후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는 각각 3.99%, 7.6%의 수익률로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분산 투자, 생애주기 투자를 위한 TDF 등 다양한 투자 상품 라인업을 구축했다”며 “저축은행 정기예금까지 확대 운용하는 ‘퇴직연금 정기예금 최고금리 자동운용 서비스’와 퇴직연금펀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도입 등을 진행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구은행은 수수료 면제까지는 아니지만 비대면 IRP 계좌에 대해 수수료를 최저 0.04~0.20% 정도로 적용하는 등 실질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대구은행의 IRP적립액은 지난해 2분기 1464억원에서 올해 2분기 1906억원으로 30.19% 증가했다. 경남은행(39.9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향후 지방은행들의 IRP 고객 유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해 지역 기반 영업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IRP 시장이 비대면 고객 유치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수익률 및 세액공제현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IM뱅크 퇴직연금 메뉴 등을 내달까지 개편할 계획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결국은 비대면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지방은행들은 아직 상대적으로 적립액이 아직 크지 않은 상태라서 수수료 면제를 실행하는 곳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앞으로 전체 은행권에 어떠한 변화를 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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