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 중국 사전예약서 ‘흥행 조짐’
점유율 높이려면 공급물량 확대 필요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차세대 폴더블폰을 통해 현지 시장에서 반전을 노린다.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 내외를 기록하는 등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애플과 샤오미가 폴더블폰을 출시하기 전 올해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폴더블폰에는 고도의 디스플레이 패널 기술력이 요구되고 상반기부터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어서 당장 생산량을 확대하기는 어렵단 분석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0일 ‘갤럭시Z폴드3(폴드3)’와 ‘갤럭시Z플립3(플립3)’를 중국에서 공식 출시한다. 현지 출고가는 폴드3가 1만4999위안(약 269만원), 플립3가 7천599위안(약 136만원)이다. 사전예약은 지난 1일부터 받기 시작했다.
◇폴더블폰, 사전예약 100만건 육박···“중국에서 중요한 무기”
중국에서 폴드3와 플립3의 인기는 뜨겁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징동닷컴과 알리바바 티몰 등의 사전예약 건수를 종합하면 대기자는 100만명에 육박한다. 지난 2일 현지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는 플립3 3000대가 생방송 시작 3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갤럭시Z 시리즈의 중국 사전예약 돌풍 이유에 대해 “판매가가 합리적이고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나 S펜 같이 차별화된 기능들도 소비자들에게 소구하는 것 같다”며 “화웨이 스마트폰이 고사 직전이기 때문에 글로벌 플레이어인 삼성전자의 초기 시장 반응이 우호적인 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스마트폰업계에서 터줏대감격인 화웨이는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시장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
그간 중국 시장에서 고전한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신호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중국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3년 20%에 육박했다. 그러나 중저가폰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의 급성장과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로 높아진 반한(反韓) 감정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부진에 빠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국 업체인 비보(23%), 오포(21%), 샤오미(17%)가 각각 1~3위를 차지했고, 애플(14%)은 4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1% 안팎의 점유율을 나타낸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가 중국 내에서 폴드3와 플립3 수요를 확인한 만큼, 생산에 박차를 가해 폴더블폰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경쟁업체들도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애플은 오는 2023년쯤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는 지난 3월 폴더블폰 ‘미믹스 폴드’를 선보인 데 이어 접는 형태의 스마트폰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김 센터장은 “오포·비보·샤오미가 폴더블폰 쪽에서는 대응할 능력이 없다. 폼팩터의 차별화, 휴대성, 디스플레이의 확장성 측면에서 존재감이 있는 폴더블폰은 삼성전자에게 중요한 무기다”라고 평가했다.
◇물량 확보는 쉽지 않은 과제···‘신제품’ 애플 벽도 넘어야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폴더블폰의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충분한 물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경쟁업체들이 폴더블폰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에 선점할 필요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침체된 중국 시장 점유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
전자업계는 삼성전자의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을 800만대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12억5000만대 수준인 걸 감안하면 전체 시장에서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폴더블폰 생산에 뛰어들어야 대규모 물량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 전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서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 폴더블폰은 이달말부터 아이폰13과도 경쟁할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14일쯤 아이폰13을 공개하고, 이달말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외국 업체로는 유일하게 1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김 센터장은 “폴더블폰의 물량 자체가 미미하고, 폴더블이라는 폼팩터와 기존 프리미엄폰 수요층이 다르다는 점에서 아이폰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프리미엄폰 수요는 이번에도 아이폰이 이끌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