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처음부터 높여야···건전성 악화 가능성
토스 앱 이용자 국내 최대 수준···플랫폼 경쟁력 보여주면 '성공'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다음달 영업을 개시하는 토스뱅크가 카카오뱅크처럼 고속 성장과 기업공개(IPO) 성공 모두를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서는 토스뱅크가 시작부터 중·저신용자 대출을 크게 늘려야하기 때문에 카카오뱅크의 성공 방정식을 따라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히려 케이뱅크처럼 자산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토스뱅크의 플랫폼 경쟁력은 상당하기 때문에 카카오뱅크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시작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35%···건전성 관리가 관건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10월 초에 정식 출범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이달 말 영업을 개시하려고 했으나 일정을 한 달 가량 미뤘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중순부터 토스 계열사 전 임직원을 상대로 계좌 개설, 상품 가입 등의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며 출범 준비를 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카카오뱅크의 성공 경로를 따라가길 원하는 분위기다. 빠른 여수신 성장을 통해 이익을 내고 IPO를 통해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평가 받는 시나리오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4년 만에 대출 잔액 20조원을 돌파하고 올해 상장 후 단숨에 시가총액 10위 안에 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케이뱅크의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나온다. 토스뱅크는 시작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올해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4.9%로 맞춰야 한다. 출범과 동시에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해야하는 셈이다. 인터넷은행은 당국에 제출한 각각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를 달성해야 하는데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지난해 말 10.2%에서 올해 말 20.4%로 늘려야 한다. 케이뱅크는 21.4%에서 21.5%로 소폭 증대해야 한다.
처음부터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면 케이뱅크처럼 건전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 맞춰 출범 초기부터 자체 상품 출시를 통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렸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부실채권 급증이라는 대가를 치뤘다. 2018년 말 부실채권 비율은 0.67%를 기록하더니 지난해 3월 말에는 1.91%까지 치솟았다. 4대 시중은행은 0.35~0.45%인 것을 고려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다. 부실채권 급증은 충당금 부담으로 이어져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줬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시작부터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낮은 금리로 제공하는데 집중했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신용 부담을 서울신용재단이 지는 사잇돌대출 공급액이 대부분이었다. 자체 상품 출시에는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카카오뱅크는 부실채권 비중이 출범 후 0.26%를 넘지 않을 정도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건전성 관리 성공은 수익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카카오뱅크처럼 고신용자 대출을 크게 늘릴 수 없는 토스뱅크는 건전성 관리가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토스뱅크는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형(CSS)을 통해 건전성을 관리하면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CSS에 대해 “1금융권 경험뿐만 아니라 전 금융권에서 수년간 쌓인 금융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를 기존 방식이 아닌 딥러닝·머신러닝 등 최신의 방식으로 분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토스 앱 이용자 카뱅 수준···카뱅처럼 ‘플랫폼’으로 인정받으면 성공
이와 함께 토스뱅크의 플랫폼 경쟁력을 고려해봤을 때 카카오뱅크에 이어 또 한 번 성공 사례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핵심 이유는 시장이 ‘은행’이 아닌 ‘플랫폼’으로 봤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1600만명 수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점유율이 100%에 가까운 카카오톡의 존재도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부분이다.
토스뱅크도 토스 플랫폼 덕분에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간편 송금 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뱅크 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 등의 서비스를 앱 분리 없이 토스 앱으로 통일해 운영하는 ‘원 앱’ 전략을 세웠다. 토스 앱 사용자는 2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6월 MAU는 카카오뱅크를 앞지르기도 했다. MZ세대인 2030세대 가입자 비중이 크다는 점도 향후 성장가능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또 토스 앱 안에서 서로 다른 사업 사이의 '시너지 효과'가 커지면 토스뱅크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처음부터 늘려야하는 만큼 차별화된 CSS를 통해 건전성을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며 "IPO까지는 아직 시간이 지나야겠지만 카카오뱅크의 성공 사례는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