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에 앞서 SKT도 크립토랩 지분투자 계획
미·영국 등 주요국, 양자키분배 사용하지 말 것 권고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오는 11월 SK텔레콤 인적분할 후 출범하는 신설투자사 SK스퀘어가 ‘양자암호기술’에 대한 투자를 단행할 전망이다. 그간 SK텔레콤은 양자암호통신(양자키분배·QKD) 기술을 중심으로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해왔지만, 양자내성암호(PQC) 기술 보유업체 크립토랩에 지분을 투자함으로써 PQC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일 통신 및 양자암호기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인적분할 후 암호기술 전문기업 크립토랩에 대한 지분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크립토랩은 동형암호 ‘혜안’과 PQC 등 암호기술을 보유한 곳으로. 앞서 LG유플러스가 이 기업에 지분을 투자한 바 있다.
동형암호와 PQC 기술은 QKD 기술과 달리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돼도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차세대 암호기술로 꼽힌다. 구체적으로 PQC는 양자컴퓨터로 풀어내는 데 수십억년이 걸리는 수학 알고리즘을 통해 보안을 강화하는 기술로, 별도 장비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양자암호기술 대비 강점이다. 동형암호는 PQC에 분석기능이 포함된 기술이다.
양자암호기술업계 관계자는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QKD 방식으로는 인크립트(암호화)를 할 수 없다. 결국 PQC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를 알고 있는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보다 먼저 크립토랩에 대한 지분투자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인적분할을 진행하게 되면서 투자 집행이 미뤄졌다”고 밝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도 크립토랩에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집행은 안 됐다”며 “SK텔레콤은 특히 크립토랩의 동형암호기술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6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인적 분할을 공식화한 후, 통신·인공지능(AI)·디지털 인프라 기반 존속회사와 반도체·ICT 투자 전문 신설회사로 인적 분할을 추진 중이다. 다음달 12일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하면 11월 1일자로 SK텔레콤(존속회사)과 SK스퀘어(신설회사)로 나뉜다. SK스퀘어는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이끈다.
분할 후 새롭게 출범하는 SK스퀘어는 반도체·ICT 영역에서 ▲투자 및 인수합병(M&A) ▲뉴 ICT 포트폴리오 성장 ▲미래성장동력 창출 등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순자산가치(NAV)를 현재의 세 배인 75조원 규모로 성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양자암호, 디지털 헬스케어, 미래 미디어 콘텐츠 등 고성장 미래혁신기술에 대한 선제 투자를 이어가겠단 전략을 발표한 바 있는데, 양자암호 기술과 관련해선 크립토랩에 대한 지분투자를 진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통신업계는 양자암호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시장이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2019년 5억700만달러(한화 약 5866억원)였던 글로벌 양자정보통신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650억달러(약 72조2000억원)로 연평균 56%씩 성장할 전망이다.
통신사 중 양자암호기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2011년부터 양자보안 기술에 투자를 시작해왔으며, 2018년엔 스위스 양자암호통신 기업 아이디퀀티크(IDQ)를 인수했다. 아울러 지난 5월엔 SK브로드밴드, IDQ, 유알정보기술 등과 함께 구성한 ‘SKB컨소시엄’을 통해 ‘양자암호통신 시범 인프라 구축·운영’ 국책 과제를 대거 수주했다.
관련업계에선 그간 QKD 기술을 통해 사업을 전개해온 SK텔레콤의 크립토랩 지분투자를 두고, 양자키분배 방식의 기술적 한계를 비롯해 글로벌 기술 표준 전환 등을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초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공공서비스에 QKD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에 현재 NSA와 미국국가표준기술연구소(NIST) 등 미국 정부는 오는 2024년까지 PQC 기술 표준화 및 검증작업 완료를 목표로 기존 공개키 암호기술 전환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 국립사이버안보센터(NSCS)도 모든 정부 기관과 군사 분야에서 QKD 사용을 보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QKD가 양자보안 분야의 문을 연 것은 맞다. 다만 미국 NSA나 영국 NSCS에서 그 기술 방식을 쓰지 말라고 권고가 내려온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은 PQC 기술”이라며 “SK텔레콤과 KT도 궁극적으로는 PQC 기술을 수용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SK텔레콤은 크립토랩 지분투자 및 PQC 기술 개발 관련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적분할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필요 시) 지분투자나 인수 등은 계속 진행하고 있다. 실제 크립토랩에 지분투자 검토했는지는 확인이 안 될뿐더러 분할 때문에 (지분투자가) 미뤄졌다고 보긴 힘들다”며 “기반 기술 획득 차원에서 여러 기술을 볼 수는 있겠지만 지금 시점에선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LG유플러스의 PQC 기술이든 SK텔레콤 자회사 IDQ의 QKD 기술이든 아직 완성단계가 아니고 관련 서비스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점도 아니다”며 “결국 현시점에서 양자암호기술 개발은 미래 기술을 먼저 확보하려는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