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쏟아 붓고도 개선 미미
정책 추진 기관 책임성 높여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저출산 예산을 대폭 늘렸지만 목표에 맞지 않는 정책에 포함돼 출산율 하락세를 막지 못했단 분석이 나왔다. 

5일 김우림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의 ‘저출산 대응 사업 분석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 계획을 수립해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예산은 국비 기준 2006년 1조원에서 2021년 42조9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의 저출산 대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2016년부터 합계 출산율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단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3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300명(10.0%)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0.98명), 2019년(0.92명)에 이어 지난해 0.84명으로 3년 연속 1명을 넘지 못했다. 

보고서는 핵심과제 중심으로 저출산 정책의 범위를 설정하고 정책 목적에 합당한지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저출산 대책에 포함된 사업엔 협동조합종사자 지원, 일반 산업 기술인력 지원, 폐업예정 소상공인 지원, 에코스타트업지원, 게임기업 지원, 지역문화 기획자 지원 등이 있다. 이중 저출산 대책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 세부 예산의 구별이 어려워 관련이 없는 예산까지 저출산 예산에 포함된 경우가 있단 분석이다.

/ 이미지=국회예산정책처
/ 이미지=국회예산정책처

사업이 연도별로 달라짐에 따라 저출산 예산의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는단 지적도 제기됐다. 김 분석관은 “정책 범위를 출산․ 아동양육 등 핵심과제 중심으로 설정하고 필요시 청년이나 경력단절 여성과 관련해서는 기존 정책을 차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프로그램 예산체계 내에서 핵심 사업 중심으로 관련 사업에 꼬리표를 달아 관련 지원의 순 변동이 관리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저출산 정책을 추진하는 행정 기관의 책임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저출산대책의 수립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위원회는 자문위원회로 심의, 자문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정책 결정과 예산 편성 권한이 없다. 이로 인해 정책에 대한 책임이 모호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단 분석이다. 

김 분석관은 “정책 결정과 예산편성 권한이 있는 행정부처는 그 권한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저출산 대책에 대한 정부의 책무성을 제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등 행정부처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저출산 대응 사업 추진 시 수혜자 입장에서 정책의 효과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를들어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인력과 보육, 교육 환경이 달라 3~5세 아동에게 공통으로 제공하는 누리과정에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단 설명이다. 

김 분석관은 “학령기 아동의 돌봄 수요에 따라 돌봄 제공 시간 등을 확대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일, 가정 양립을 위해 제공하는 모성보호급여는 사업체 규모와 산업별로 수급률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형평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청년, 신혼부부 주거지원은 수요에 맞는 주택을 공급하는 동시에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단 설명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