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게임 산업에서 다방면 활용…정작 게임사는 잠잠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 비게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게임 중독을 질병코드로 등록하던 태도를 바꿔 거리두기와 함께 여가 활동으로 게임을 적극 권장한다. 국내에서도 게임셧다운제 등 부정적인 시각을 바꿀만한 카드로 게이미피케이션이 부각되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요소를 접목하는 것을 뜻한다. 동기를 부여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을 주는 게임의 특징을 다른 분야에 이용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기피하거나 어려워하는 문제를 해결한다. 비대면 업무나 교육에서 집중력을 높이는 것을 돕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게이미피케이션이 게임의 순기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게이미피케이션 시장 규모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인텔리전스는 게이미피케이션 시장이 2019년 70억달러(약 8조원)에서 매년 30%씩 성장해 2025년 350억달러(약 41조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정보서비스회사 글로벌인포메이션 역시 2018년 56억달러(약 6조원)에서 2027년 430억달러(약 5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게임 산업에서는 게임의 특징인 몰입과 흥미를 활용해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의 별 적립 및 당근마켓의 당근배지는 보상 시스템을 도입한 사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입사원 교육에 보드게임을 도입해 흥미를 높였고, 나이키는 ‘나이키 런 클럽’으로 경쟁을 유도했다.
그러나 정작 게임 산업에서 본격적으로 게이미피케이션에 뛰어든 사례는 찾기 힘들다. 국내 게임사 중에서 그나마 활발하게 도전하는 곳은 카카오게임즈다. 카카오게임즈는 ‘일상의 게임화’란 목표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지난 7월 글로벌 스포츠 무선통신장비제조업체 세나테크놀로지에 952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두 회사는 무선 통신 기기 기술을 스포츠 및 헬스케어 서비스와의 연계하는 방법을 논의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자회사 카카오VX가 투자목적회사 벨벳제1호 유한회사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카카오가 인수한 세나테크놀로지와 디지털 스포츠·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닌텐도의 ‘위(Wii)’처럼 세나테크놀로지의 장비를 활용해 스포츠 사업으로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닌텐도는 위(Wii)와 위핏(Wii Fit)으로 게임을 스포츠로 확장해왔는데, 세나테크놀로지의 장비는 사람의 입과 귀를 스마트 기기에 연결해준다”며 “이를 확대 적용해 골프를 시작으로 스포츠 전영역을 디지털 전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라이프엠엠오’는 게이미피케이션을 내세운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일상 속 운동에 게임을 접목시킨 ‘프로젝트R’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탈 때 팀을 구성해 경쟁을 한다거나 협력한다는 식이다. 또 위치기반 시스템을 접목한 게임도 개발하고 있다.
컴투스는 지난달 25일 특수효과 전문기업 위지윅스튜디오(위지윅)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게이미피케이션에 기반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생산한다. 위지윅은 넷플릭스 ‘승리호’ 제작사로서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웹소설 등을 아우르고 있다. 두 회사는 콘텐츠와 게임을 AR(증강현실)∙VR(가상현실)∙XR(가상융합현실) 등의 기술과 결합하는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수익모델 변화를 꺼리는 게임사의 태도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사는 과금체계에 기반한 수익모델만큼 매출을 내는 다른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이나 사행성 문제 등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있다”며 “게임사도 이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경영진은 현재의 수익모델에 급급하다보니 새로운 사업을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뽑기 아이템 판매에 집중하고, 수익성이 낮으면 도전하지 않는 것”이라며 “ESG 차원에서 사회 변화에 동참해야 하는데 문화적 성숙도가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