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특별 업종 지원 종료 시점 도래···노동·경영계 연장 필요성 제기
기금 고갈·타업종과 형평성 등 부담···고용부 “최근 코로나 악화 고려해 결정”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이달 말부터 지원이 종료되기 시작하는 특별고용지원업종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연장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한목소리로 지급 연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지원금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의 고갈 위기와 특별업종에 속하지 않은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말부터 다가오는 특별고용지원업종의 유급 고용유지지원금 종료 시점을 연말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고용노동부에 고용유지지원금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해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휴업·휴직 수당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이다. 경영 상황이 어려운 회사의 인력 감축을 막기 위한 제도로 일반고용지원업종은 휴업수당의 3분의 2, 특별업종은 90%까지 지원한다. 지급 기간은 원래 180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6월 지급 기간을 90일 더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올해 최대 270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올해 1월 1일부터 지원금을 받았다면 이달 말로 지원이 종료된다.
현재 여행업, 관광운송업, 관광숙박업, 공연업, 항공기취급업, 면세점, 공항버스, 전시·국제회의업, 조선업, 영화업, 고속·시외·시내 등 노선버스, 항공기부품 제조업, 수련시설, 유원시설, 외국인전용 카지노 등 15개 업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최근 코로나 상황이 다시 악화하면서 지원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도 연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대한항공은 이달 말 고용유지지원금이 종료되더라도 무급 휴업으로 전환하지 않고 회사 돈으로 직접 유급휴업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회사 사정은 여전히 어렵지만 고통 분담 차원의 결정이란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경영 상황에 여유가 있어 내린 결정은 아니다”며 “회사 사정이 여전히 어려워 고용유지지원금이 절실하지만, 연장이 안 됐을 경우를 대비해 내놓은 플랜B라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이 종료돼 무급휴업에 들어가면 직원들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승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란 설명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고용유지지원금 덕분에 직원 해고 없이 버텨올 수 있었기에 정부에 감사한 마음이 있다”며 “여행사 입장에선 지원을 좀 더 받고 싶지만 지원금을 제대로 못 받는 업종도 많기에 무조건 지원을 더 받아야 한다고 얘기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 연장 가능성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2017년 10조2544억원, 2018년 9조4452억원, 2019년 7조3532억원, 2020년 1조9999억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올해는 적립금이 바닥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면서 내년 7월부터는 보험료율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또 숙박 음식업과 도소매업 등 특별지원업종에 포함되지 않은 업종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할 형편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소규모 교육 사업을 운영하는 A씨는 “대면이 중심인 특성상 코로나로 인해 영업에 큰 타격을 받았지만 정부의 도움은 전혀 받지 못해 사실상 문을 닫은 상황”이라며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해당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일단 다음주까지 지원 연장 여부를 결론 내겠단 방침이다. 다만, 추가 연장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고용부 관계자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중 항공과 관광업 쪽에서 지원 연장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집행 추이나 상황을 봐가며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코로나로 인해 지원 예산이 많이 증액됐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 확산세가 강하지 않았지만 하반기 들어 상황이 악화돼 우려되는 부분이 분명 있다”며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고용유지지원금은 올해(1조4000억원)보다 절반 이상 감액한 6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재정당국은 코로나 극복추이와 고용상황을 살펴가며 지원책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일각에선 이러한 정부 기류가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에 제동을 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단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이 계속돼 내년에도 관련 예산이 필요하다면 올해처럼 추경이나 기금운용계획 변경 등의 절차를 걸쳐 예산을 확보해 지원하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