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연말까지 신용대출 취급 중단
금융당국, 보험업계에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4.1% 제시
목표치 근접한 삼성화재…삼성생명은 증가율 권고치 넘어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제1금융권을 넘어 제2금융권까지 확대되면서 보험사들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까지 단행하면서 보험사에도 대출 중단 움직임이 확산될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지난 1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신용대출 신규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남은 기간 홈페이지, 모바일, 콜센터 등 모든 채널에서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 보험사 중에서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한 곳은 DB손해보험이 처음이다.
DB손해보험이 신용대출 신규 취급을 전면 중단한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압박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0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제에 다른 풍선효과로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험사에도 대출 억제를 주문한 것이다.
특히 DB손보는 손보업계 중에서 신용대출을 가장 많이 취급하면서 여타 손보사들보다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전체 손보사들의 신용대출금은 지난해 1분기 4조2153억원에서 17.7% 증가한 4조96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DB손해보험에서 취급한 신용대출 규모는 4조5332억원으로 손보업계 전체 신용대출금의 91.4%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3조6376억원) 대비 24.6% 급증한 규모다.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DB손보의 가계대출 잔액도 여타 보험사 대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1분기 기준 국내 손보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37조5118억원으로 1년 새 1.6% 증가했으나 DB손보의 경우 같은 기간 3.1% 늘어나면서 비교적 증가폭이 컸다.
올해 초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에 연간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4.1% 이내로 관리하도록 권고했다. 일부 보험사들의 경우 해당 목표치에 근접했거나 이미 상회한 곳도 있어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대출을 옥죄는 보험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화재의 가계대출 채권 규모는 15조901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8% 늘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증가율 목표치인 4.1%에 근접한 상황이다.
삼성생명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촉각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가계대출 잔액은 39조6012억원으로 지난해 말(37조9387억원) 대비 4.4% 증가하면서 이미 상반기에 해당 목표치를 넘어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보험사에도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목표치에 근접했거나 이를 넘은 보험사들의 경우 향후 대출 취급을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대출 중단이 아니더라도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생명 측은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이 있어 향후 대출 영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연간 총량 증가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상반기 일시적으로 가계대출 규모가 증가했으나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들이 꽤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관리하면 특별한 이슈 없이 규제에 맞춰서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