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카뱅 투자이익 '대박'···하나, 우리도 KB 따라갈 '준비'
신한, 인터넷은행 투자 안해···디지털 경쟁력은 문제 없어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리딩금융 전쟁을 벌이고 있는 KB·신한금융지주가 인터넷은행 투자 전략의 차이로 인해 희비가 엇갈렸다. KB금융은 카카오뱅크 투자를 통해 수조원의 평가이익을 얻어 인터넷은행 투자 '성공 방정식'을 정립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인터넷은행에 투자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경쟁사들의 성공을 바라봐야 하는 입장이다.
◇KB금융, 3조원 가까운 평가이익 거둬···'인뱅 성공-금융지주 투자이익' 공식 정립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카카오뱅크 지분 9.35%에 대해 올해 6월 말 가치는 1조25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2293억원에 사들였던 주식이 5년 만에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카카오뱅크 지분은 KB금융의 100% 자회사인 국민은행이 보유하고 있어 평가이익은 KB금융에도 반영된다.
KB금융은 3분기에 더 큰 평가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상장 직후 단숨에 시총 10위에 들어가는 등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기준 종가(8만800원)로 지분의 총 가치를 계산하면 3조783억원에 달한다. 카카오뱅크 지분 투자로 총 2조8000억원 가량을 벌어들이게 된 셈이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익(2조 2982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덕분에 KB금융은 별다른 노력 없이 자본 여력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카카오뱅크 주식은 당기손익에는 영향이 없는 대신 자본을 늘리게 된다. KB금융은 늘어난 자본 여력으로 대출을 더 공격적으로 제공할 수 있고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적 확장도 꾀할 수 있다.
KB금융이 카카오뱅크를 투자할 당시 조직 내에서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반대의 주된 논리는 경쟁 업체에 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반대자들을 설득하는데 주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에 따른 재무적 이익 뿐만 아니라 카카오의 디지털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는 전략적 이유에 조직원들은 수긍했다. 결국 KB는 대규모 재무적 이익은 거두는데 성공했다.
KB의 카카오뱅크 투자가 성공하면서 나머지 금융지주도 KB의 경로를 따라가려는 모양새다. ‘인뱅(인터넷은행) 성공-금융지주 투자이익’ 이 하나의 모델이 됐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은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에 투자했다. 하나금융은 이달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의 주요 주주다. 두 금융지주는 각각 투자한 인터넷은행이 카카오뱅크처럼 상장에 성공해 높은 가치를 평가 받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신한금융, 유일하게 인터넷은행 투자 안해···'디지털화 경쟁력' 측면에선 잘못된 선택 아니란 평가도
반면 신한금융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인터넷은행에 투자하지 않았다. 신한이 인터넷은행 투자에 전혀 관심이 없던 건 아니다. 지난 2019년 초 토스뱅크 첫 인가 당시 신한금융은 컨소시움에 참여할 의사를 보였지만 결국 발을 뺐다. 카카오뱅크가 설립 초기 투자자들을 모을 때도 신한금융은 참여하지 않았다. 올해 케이뱅크의 증자에 신한금융도 뛰어든다는 전망이 무성했지만 결국 투자하지 않았다.
신한금융은 인터넷은행의 성장성보다 위험에 좀 더 무게를 둔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이 나온다. 인터넷은행의 설립이 추진될 당시 은행권에서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뱅이 성공해서 그렇지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최근까지도 비관론이 많았다”라며 “신한도 내부적으로 판단했을 때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지는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KB의 투자 성공이 부러운 입장이 됐다. 하나·우리금융 마저 대규모 투자이익을 거둔다면 신한은 더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우리금융이 투자한 케이뱅크는 최근 장외시장에서 약 8조원에 달하는 높은 몸값이 매겨졌다. 케이뱅크는 올해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재무적 이익 외에 디지털화 측면의 성과를 볼 때는 신한금융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지주가 인터넷은행에 투자하는 또 다른 핵심 이유는 빅테크·핀테크로부터 ‘디지털 노하우’를 배워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독자노선’을 걸었지만 디지털화에 있어 다른 금융지주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작년 말 신규 은행 개인대출 가운데 디지털 채널로 거래된 비율도 신한금융이 KB보다 더 높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은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해 동반 성장을 이루는 것이 지분 투자의 원칙이다"라며 "인터넷은행 투자에는 특별히 중요성을 두지 않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