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글로벌 생산량, 전 분기 대비 11% 감소
하반기 생산 회복 전망···AP 수급난 등 우려 요인도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스마트폰 성수기를 앞둔 3분기에도 스마트폰 출하량은 2분기 대비 소폭 늘어나는데 그칠 전망이다. 3분기 예상 생산량은 3억2900만대로 전년동기(3억3600만대)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와 시스템반도체 수급난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량은 3억700만대로 전 분기 대비 11% 감소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와 애플의 생산량은 전 분기보다 20% 넘게 줄어들었다. 베트남과 인도 등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점이 생산과 수요 측면에서 악영향을 미쳤다. 베트남은 지난 4월부터 4차 대유행이 이어졌고, 인도는 지난 5월에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40만여 명에 달했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다.
◇변수는 ‘코로나19 불확실성’···글로벌 업체, 생산량 모두 감소
트렌드포스는 이날 올해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을 기존 13억6000만대에서 13억4500만대 규모로 하향 조정하면서 코로나19 불확실성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를 언급하면서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점도 스마트폰 생산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5850만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며 19%의 시장 점유율로 1위에 올랐지만, 생산량은 전 분기 대비 23.5% 감소했다.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박닌성 스마트폰 공장이 생산 차질을 빚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닌성 공장은 지난 6월에 코로나19 여파로 약 20일간 락다운 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애플도 전 분기 대비 22.2% 감소한 4200만대를 생산했다. 시장 점유율은 13.7%로 4위를 차지했다. 애플은 이달 중순 ‘아이폰13’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모델 전환기인 2분기 생산량이 감소했다. 또 지난 5월에 인도 타밀나두주 폭스콘 공장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점도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시장점유율 16.1%로 공동 2위에 오른 샤오미와 오포의 생산량은 4950만대로 전 분기 대비 각각 2%, 6.6% 감소했다. 또 다른 중국 업체 비보도 3400만대를 생산해 전 분기보다 8.1% 줄었다. 3개 회사는 동남아시아의 코로나19 확산세와 파운드리 시장의 반도체 부족으로 연간 생산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고 트렌드포스는 전했다.
◇신제품 출시·대응력 강화로 개선 예상···반도체 수급난 ‘관건’
업계와 증권가는 스마트폰 생산량이 2분기에 바닥을 찍고 하반기에 개선될 것으로 관측했지만 전년 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3분기는 스마트폰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기다. 삼성전자와 애플, 샤오미 등이 모두 신제품을 출시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급 문제로 출시가 연기된 ‘갤럭시S21 팬에디션(FE)’ 이달 8일쯤 공개할 예정이다. 애플과 샤오미도 이달 중순쯤 아이폰13 시리즈와 ‘11T’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트렌드포스도 3분기 스마트폰 생산량을 2분기(3억700만대)보다 2200만대 가량 늘어난 3억2900만대로 추산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에 스마트폰 공급 차질이 심했기 때문에 연간 출하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부품 수급이 되는 한 3분기와 4분기에 물량을 공격적으로 밀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 시장이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 스마트폰 출하만 많이 되다 보니 재고가 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6월과 7월에 재고 소진이 상대적으로 많이 된 것 같다”며 “이런 점 때문에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스마트폰 생산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이로 인한 생산 자칠 영향은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베트남 공장 전 직원의 백신 접종 일정을 지난달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셧다운 조치를 이미 경험한 만큼 향후 대비책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도 공장 가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반도체 수급난이 스마트폰 생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업계는 상반기부터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침체된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AP뿐만 아니라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 조달도 녹록지 않다.
고 연구원은 “AP 수급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고, 코로나19도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는 생산 차질이 언제든지 다시 생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