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전문적 평가 시스템 도입·전문기관 강화
“기관별 특성 반영·윤리경영 강화 노력 바람직”
기재부 영향 강화·피평가 기관 부담 증가 우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선안이 기관별 특성을 좀 더 면밀하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단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 전문기관을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상시 전문적 평가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게 자칫 기관 부담이 커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개선안이 정부 입김이 강화하는 쪽으로 흐르지 않고 평가위원 분석이 최대한 잘 드러나는 쪽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단 조언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전날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편방향을 발표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사태와 경영평가 평가 점수 계산 오류 사고 등을 계기로 1984년 도입된 경영평가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그동안 경영평가를 놓고 공공기관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한 준정부기관 관계자는 “경영평가가 누굴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이슈 하나 터지면 최하점수 주는 식으로 가고 정작 국민을 위한 평가는 아닌 것 같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선안 내용을 보면, 윤리경영과 재무경영 평가를 강화했다. 윤리경영 배점을 확대하고 심각한 비위행위나 중대사고 발생시 해당 지표를 0점 처리한다. 기관별 재무상황에 맞는 지표를 재선정하고 부채 등 재무위험도가 높은 공기업엔 부채비율 감축실적을 지표로 설정하는 등 엄격하게 평가한다. 다만, 정부정책에 따른 투자 확대로 생긴 부채는 보정한단 방침이다.

성과급도 손질했다. 현재 기본연봉 대비 공기업 기관장은 48~120%, 상임이사와 감사는 각각 40~100% 받을 수 있는데 이를 각각 40~100%, 32~80%로 낮춘다. 경영관리, 주요사업 등 범주별 성과급 산정방식을 폐지하고, 종합등급에 기반한 성과급 산정 방식으로 개편한다. 종합등급이 미흡 이하(D·E)인 기관이 다른 범주에서 C등급 이상을 받아 성과급을 지급받는 사례를 막기 위한 방안이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경영평가는 성과급 때문에 기관 직원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다”며 “성과급 문제를 건드린다면 조직내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평가 항목에 있어 기간별 규모나 업무특성 등에 따라 기관 유형을 세분화해 재분류한다. 공공기관 경영현실에 맞지 않는 평가지표나 유사, 중복 평가지표는 정비한다. 상시 전문적 평가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평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경영 컨설팅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현재 경영평가 지원 조직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내 공공기관연구센터를 보강하고 향후 전담조직 신설을 추진한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공공기관연구센터 조직 보강으로 기재부 입김이 강화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공공기관연구센터는 조세연 산하 조직이고 조세연 원장 임명은 임원추천위원회 추천을 받아 기재부 장관이 한다.

한 공기업 관리자급 인사는 “간접적으로 들은바도 있고 내가 느끼기에도 주관 부처인 기재부의 영향이 크다”며 “물론 평가는 위원들이 하지만 기재부의 영향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그게 결과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 제도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고 기관 특성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며 “절차적인 과정을 거치지만 솔직히 기재부에서 정한 대로 결과가 나온다고 보여지는데 괜히 행정낭비만 초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년에 한번 하던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상시 평가 체제로 전환하면서 기관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평가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공기관 내 업무 부하가 커지고, 이는 결국 새로운 정책 시도가 줄어드는 쪽으로 흐를 것이란 비판이다. 

준정부기관 관계자는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야 평가를 꼼꼼히 하고 싶겠지만 경영 평가를 상시 평가식으로 하게 되면 실무에서 준비하는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공기업 관계자는 “지금 1년에 한 번 평가 준비하는 것도 준비가 장난이 아니다”며 “전담 부서를 만들어 지표 개선안을 만들고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고 점검회의, 기재부와의 협의 등 1년 내내 준비한다고 보면 되는데 기간이 더 늘어난다면 기관에 많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에 대해 각 공공기관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평가 기간이 다소 늘어 공공기관 입장에선 감사나 평가 시스템을 받는 게 많아진다고 느껴질 수 있기에 기관 자율성이 위축되지 않도록 살펴볼 필요가 있단 조언이 나온다.

배귀희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문기관을 만들고 평가 지표를 기관 특성에 맞도록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공공기관 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안을 두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되 공공기관의 자율성이 훼손되면서 책임 경영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제도를 잘 설계해야 한단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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