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2008 최대주행거리 237km···EV6 475km의 절반에도 못 미쳐
경쟁 차종 대비 차체 작고, 최고출력도 낮아
“푸조 전기차가 가격은 저렴하지만 매력적인 구매 요소가 있는지는 의문”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푸조가 부진한 판매실적 반등을 위해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지급하며 가격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현대차 아이오닉5 및 기아 EV6 출시로 입지가 좁아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2일 푸조에 따르면 이달 전기차 구매자에게 4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여기에 국고 보조금 649만원과 서울시 지자체 보조금 200만원까지 모두 받으면 e-208 GT의 최저가는 3429만원이 된다. e-208 GT보다 가격대가 낮은 e-208 알뤼르는 재고 부족으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푸조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올해 7월까지 푸조의 전기차 누적판매량은 e-208 125대, e-2008 167대로 총 292대에 불과하다. 올해 8월 아이오닉5의 한 달 판매량은 3337대다. 지난달 출시한 기아 EV6의 첫 달 판매량은 1910대에 달한다.
다른 수입 전기차 실적과 비교해도 푸조의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올해 1~7월 누적판매대수로 포르쉐 타이칸 4S는 819대가 판매됐다. 출시가가 1억4560만원임에도 푸조 전기차에 비해 판매량이 높았다. 이 외에도 벤츠 EQA 250가 281대, EQC 400 4매틱이 340대 각각 판매됐다. 두 모델의 최저 출시가는 각각 5990만원, 9560만원이다. 마찬가지로 푸조 전기차에 비해 가격대는 높지만 판매량은 앞섰다.
푸조의 전기차 판매량이 저조한 주된 이유는 짧은 최대주행거리 탓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e-208과 e-2008의 1회 충전 시 최대주행거리는 복합기준 각각 244km, 237km다. 아이오닉5 429km, EV6 475km에 비하면 최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충전이 불편한 전기차의 특성상 최대주행거리는 구매 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지난달 30일 서울시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 장애요인으로 ‘충전소 부족(41.7%)’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충전속도(19.0%)’가 뒤를 이었다. 충전문제라고 응답한 비율이 60%가 넘는 셈이다.
최대주행거리 외에도 기타 성능에서도 푸조 전기차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e-208의 전장, 전폭, 전고는 4055mm, 1745mm, 1435mm다. 아이오닉5( 4635ⅹ1890ⅹ1605mm)와 EV6 스탠다드(4680ⅹ1880ⅹ1550mm)에 비해 차체가 작다. 이 외에도 최고출력에서 차이가 난다. 푸조 e-208의 최고출력은 102Kw지만 아이오닉5와 EV6의 최고출력은 125Kw다.
업계 관계자는 “푸조의 전기차가 가격 면에서는 앞서지만 불리한 조건들을 상쇄할 만큼, 매력적인 구매 요소가 있는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아이오닉5 스탠다드 2WD(이륜구동)의 경우 국고보조금 791만원과 서울시 보조금 200만원을 모두 받으면 최저 3704만원이 된다. EV6 스탠다드 2WD 19인치는 국고보조금 800만원, 서울시 보조금 200만원 적용 시 3730만원이다. e-208 GT 최저가 3429만원과 약 300만원 차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차종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신아무개씨는 “전기차를 알아볼 때 가장 먼저 확인 하는 게 최대주행거리인데, 푸조 전기차는 최대주행거리가 너무 짧아 보조금을 준다고 해도 선뜻 구매하기는 망설여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