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p 인상, 1조5000억여원 수입 증가 예상···노사 반발 우려에도 단행
고용유지지원금 축소 추진···“플랫폼 노동자 등 기금 구조개편 추진 필요”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국민 부담을 증가시킨단 비판 우려에도 고용보험료율을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면서 기금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란 분석과 함께 보험료율 인상외에 기금 구조조정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날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의결했다. 이에따라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은 내년 7월 1일부터 1.6%에서 1.8%로 0.2%p 인상된다. 인상분은 근로자와 사업주가 각각 0.1%p씩 부담하게 된다. 고용부는 보험료율 0.2%p 인상으로 매년 수입이 1조5000억원 가량 늘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그동안 노동계와 경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고용보험 제도 개선 TF를 구성해 고용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을 논의해 왔다. 여기엔 고용보험료율 인상도 포함돼 있었지만 반영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10월 보험료율을 1.3%에서 1.6%로 0.3%p 올린 바 있는데 또 다시 인상한다면 노사 반발이 클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고용보험기금이 고갈 위기에 놓이면서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신화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보험은 관련법 특성상 국민연금이나 공무원 연금 등 다른 연금처럼 중장기적인 원칙을 설정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전국민 고용보험으로 확대될 예정인 점을 고려햇을 때 보험료율은 당분간 상향 조정하는 게 재정적 측면에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보험료율을 설정하고 이에 맞게 운용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급여 수준을 먼저 확대하고 이후에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시스템이다보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빠르게 감소했다. 2017년 10조3000억원 수준이었던 적립금은 지난해 공공자금관리기금을 4조5000여억원을 차입했음에도 6조6000억원 가량으로 줄었다. 올해는 적립금 수준이 더욱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정부의 고용안전망 강화와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실업급여 등 지출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2019년 실업급여 지급액과 기간을 늘어나면서 실업급여 수급자 1인당 평균 수급액은 2018년 611만원에서 지난해 887만원으로 늘었다. 

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실업자가 늘면서 실업급여 수급자도 2018년 139만명에서 지난해 178만명으로 증가했다. 2018년 700억원 수준이었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액은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용보험 혜택을 받도록 돼 있는 세대를 위해 기금이 보충돼 있어야 한다”며 “그걸 계속 쓴다는 것은 나라 빚이 늘어나는 것과 비슷하기에 적립금이 떨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에 보험료율 인상 외에 지출 효율화와 수입 확충을 위한 대책도 발표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코로나 사태로 급증한 고용유지지원금 등 사업은 경기 회복세에 따라 축소하기로 했다. 

직업훈련 사업인 ‘K-디지털 크레딧’ 등 고용보험기금 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은 일반 회계로 전환하고 실업급여를 반복적으로 수급하는 사람에겐 급여액을 최대 50% 삭감한다. 수입 확충을 위해서는 일반회계 전입금과 공자기금 예수금 등 정부 재정 지원을 강화한단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재정 건전화 방안을 시행하면 내년부터 고용보험기금 재정 수지가 흑자로 전환돼 2025년 적립금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인 8조5000억원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위원은 “고용보험기금은 단기성 보험이라 적립금을 많이 쌓아도 안되고 부족해도 안된다”며 “적립기금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건 맞는데 줄어드는 수치만 보는게 아니라 기금이 쌓여있는 정도와 수요를 따져서 고용보험기금 재정 운영에 문제가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적립금 보충을 추진한다면 보험료율 인상이나 정부 재정 지원 모두 필요하다”며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형태 근로자 등 고용보험에 있어 재정 투입 같은 사회보험으로 커버가 안 되는 직종에 대해선 구조 개편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