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체투자 규모 1년 새 16%↑···한화는 16%↓
투자 늘리면 RBC 하락 가능성 커···IFRS17 도입도 부담
삼성은 RBC 여유···한화는 하락세로 개선 '시급'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생명보험업계를 이끌고 있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대체투자에서 서로 다른 행보를 보였다. 삼성생명은 대체투자 자산을 계속 늘린 반면 한화생명은 줄였다. 금융권에서는 지급여력비율(RBC) 차이로 인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생명은 RBC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대체투자를 늘릴 수 있지만, 한화생명은 낮은 RBC 때문에 투자 비중을 줄여야한다는 설명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 이사회는 최근 부동산펀드인 삼성SRA미국대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1호에 4130억원을 투자했다. 또 삼성SRA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75호(재간접형)에도 944억원 투자한다. 약 5050억원을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는 셈이다. 두 펀드 모두 삼성생명의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이 운용하며 투자기간은 각각 10년, 15년이다. 

삼성생명은 최근 부동산, 인프라 금융 등 대체투자 자산을 늘리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대체투자 자산은 24조9000억원으로 작년 동기(21조5000억원) 대비 16% 급증했다. 이에 전체 운용자산에서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10%대로 올라섰다. 삼성생명은 이 비중을 오는 2025년 말에 1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반면 한화생명은 대체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 한화생명의 6월 말 기주 대체투자 자산은 8조6000억원 가량으로, 작년 동기 대비 약 1조6000억원 줄었다. 이에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에서 9%로 낮아졌다. 

두 대형 생보사들의 행보가 엇갈린 이유는 RBC 차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RBC 비율은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측정한 지표다. 보험사들은 오는 2023년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RBC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부채가 시가평가돼 자기자본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RBC 하락으로 이어진다. 

자료= 각 사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보험사들은 최근 몇 년간 대체투자를 늘리는 경향을 보였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하락한 투자운용수익률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대체투자는 일반적으로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 자산군에 포함되지 않는 대상에 대한 투자를 뜻하며, 투자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특징이다. 국내 생보사들은 일반적으로 사회간접자본(SOC),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화금융 등에 투자한다.  

그런데 대체투자는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규모를 늘리면 RBC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RBC 산출 시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 비해서 대체투자 자산에 더 높은 위험계수가 적용돼 분모인 요구자본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RBC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대체투자 규모를 늘리면 새회계기준 도입과 맞물려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 더구나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면 RBC 하락은 물론 당기순익도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생명은 대형 생보사 가운데 RBC 여유가 상대적으로 있는 상황이다. 6월 말 기준 332%로 생보사 ‘빅3’(삼성·한화·교보생명) 가운데 가장 높다. 삼성생명은 IFRS17 도입에 대한 대응도 비교적 충분한 상황이다. 삼성생명의 부채적정성평가(LAT) 잉여금은 올해 6월 말 기준 23조600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6.8% 늘었다. 금융당국은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연착륙을 위해 보험부채를 단계적으로 시가평가 하도록 하는 LAT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LAT 잉여금이 많으면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RBC 방어가 더 수월해진다.

삼성생명은 대체투자를 늘리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량 해외 부동산·인프라 자산을 확보와 함께 해외 선진 운용사와의 공동사업을 확대해 자체 투자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삼성생명은 지난 5월 영국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새빌스투자운용의 지분 25%를 인수했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새빌스투자운용은 32조원 규모로 유럽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펀드에 투자한 것은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다"라며 "해외 투자를 더욱 늘려 투자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RBC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202%로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4분기부터 시작된 금리상승으로 대규모 채권 평가손익이 발생한 탓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화생명은 투자자산이익률 개선도 급하지만 RBC 개선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은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투자운용수익률은 4%대를 유지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상반기에는 3.55%를 기록했다. 수익률 개선을 위해서는 대체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RBC가 더 하락하면 건전성 뿐만 아니라 수익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 도입이 다가오는 만큼 RBC 관리가 중요해져 대체투자 자산 비중을 줄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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