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후 첫 반기보고서 공시···장외파생상품 인가로 정기보고서 의무제출
장외파생상품 진출은 경남권 라이벌 하이투자증권 추격 위한 승부수
하이투자증권과 실적경쟁 투명화···비상장사로서 실적공시 의무 공통점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BNK투자증권이 회사 설립 이후 최초로 올해 상반기 실적에 대한 반기보고서를 공시했다. 그동안 BNK투자증권은 BNK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이자 비상장사로서 그동안 1년에 한 번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실적 관련 공시의 전부였다.
BNK투자증권이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이유는 올해 4월 장외파생상품 매매 및 중개에 대한 라이선스를 획득하면서 정기보고서 의무제출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BNK투자증권의 실적이 분기별로 정기보고서를 통해 자세하게 공개되면서 마찬가지로 분기별로 보고서를 공시하고 있는 하이투자증권과 실적경쟁 역시 한층 투명하게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BNK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모회사인 금융지주간 경쟁과 맞물려 최근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BNK투자증권이 정기보고서를 공시하게 된 이유인 장외파생상품 거래 진출은 BNK투자증권이 경남권 라이벌 증권사인 하이투자증권을 추격할 승부수로 꼽힌다.
◇ BNK투자증권 vs 하이투자증권 투명한 실적경쟁
1일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4월 28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장외파생상품 투자매매업 및 중개업 인가를 받으면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 159조’와 시행령에 따라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으로 지정됐다.
그동안 BNK투자증권은 분기나 반기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고 매년 3월 감사보고서만 제출을 통해 연간 단위 재무제표만 공개했다. 하지만 올해 4월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지난달 17일 BNK투자증권은 1997년 회사 설립 이래 최초로 반기보고서를 공시했다. 앞으로 BNK투자증권은 반기보고서 뿐만 아니라 분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BNK투자증권이 매분기마다 정기보고서 제출을 통해 재무제표를 자세하게 공개하게 됨에 따라 경남권 라이벌 증권사인 하이투자증권과 벌이고 있는 실적 경쟁의 내역 역시 분기별로 자세하게 공개될 전망이다.
BNK투자증권의 모회사인 BNK금융지주와 하이투자증권의 모회사인 DGB금융지주는 경남권 금융지주간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라이벌 관계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DGB금융지주가 지분 87.88%를 가지고 있는 비상장사지만 BNK투자증권처럼 사업보고서 제출대상이고 분기별로 정기보고서를 통해 재무제표를 공시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이 사업보고서 제출대상으로 지정된 이유는 주주구성 때문이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외부감사대상 법인으로서 주주구성이 500인 이상인 회사 역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 159조에 따라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이투자증권은 1989년 10월 부산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부산상공회의소 소속의 기업과 사업가들이 설립한 제일투자신탁이 전신이기에 소액주주들이 많다. 지난해말 기준 소액주주는 7만874명에 이르고 이들의 지분율은 11.91%다.
결과적으로 BNK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모두 분기마다 재무제표를 공개하게 되면서 두 회사간 실적경쟁 역시 한층 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BNK금융지주는 2018년 2000억원, 지난해 2000억원, 올해 1월 2000억원 등 3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BNK투자증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BNK투자증권의 순이익은 534억원으로 1116억원의 하이투자증권의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BNK투자증권이 650억원, 하이투자증권이 865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 BNK투자증권, 장외파생거래 진출로 승부수
2017년 3월 BNK금융 회장에 오른 김지완 회장은 부국증권과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에서 15년 동안이나 증권사 사장을 역임한 '증권맨'으로 BNK금융그룹을 투자금융그룹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9년 11월 취임한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는 동방페레그린증권 지점장을 거쳐 현대증권에서 영업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Retail 및 WM부문 총괄 전무, 경영서비스 총괄 임원 등을 역임했다. 현대증권과 KB증권 합병 이후에는 경영관리부문 부사장직을 2018년까지 맡았고 KB저축은행에서 영업총괄 부사장을 맡다 BNK투자증권 대표로 영입됐다.
김 대표의 승부수는 장외파생상품거래 서비스다. 부산경남권의 탄탄한 영업망을 기반으로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총수익스와프(TRS) 등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국내 금융회사를 통해 거래된 장외파생상품 금액은 총 1경7019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은행을 통한 거래가 1경3535조원(79.5%)으로 가장 많지만 증권사를 통한 거래 역시 2560조원(15.0%)에 달한다. 통화 관련 파생상품거래가 1610조원(62.9%)으로 가장 많고 이자율 관련 상품이 739조원(28.9%), 주식 관련 상품이 172조원(6.7%) 순이다.
BNK투자증권은 지난해초 신사업추진팀을 구성하면서 장외파생상품 거래서비스 진출을 탐색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7월에는 장외파생상품팀으로 팀명을 변경하면서 서비스 진출을 본격화했다. 올해 1월에는 장외파생부로 승격시키면서 금융위원회 인가절차에 들어갔고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6월에는 김언목 장외파생부장(이사대우)와 신우영 이사대우를 승진임명했고 리스크관리본부장으로 한수동 상무를 영입했다.
김 부장은 동부증권과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에서 장외파생상품 운용 등을 맡아봤으며 신 이사는 교보증권과 KB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에서 장외파생상품 세일즈를 담당했다. 한수동 상무는 교보증권에서 리스크관리부서장과 리스크관리본부장(CRO)을 역임했다.
다만 BNK투자증권이 장외파생상품 투자매매업 및 중개업 인가를 받으면서 자본적정성 지표인 순자본비율은 급락하게 됐다. BNK투자증권의 필요유지자기자본은 1분기말 467억원에서 2분기말 1167억원으로 늘어났고 순자본비율(NCR) 역시 같은 기간 1255.76%에서 498.57%로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