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현 보령제약 대표, 45세에 사장 취임···업계 “오너 3세 김정균 대표 집권 위한 사전포석”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 경영실적 호평···갑작스러운 검찰 수사에 대응능력 시험대 올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에서 흔치 않은 40대 전문경영인 장두현 보령제약 대표와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장 대표의 경우를 놓고 업계에서는 오너 3세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의 집권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는 항암제 사업 확대와 해외사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 대표는 취임 후 3년 넘게 근무하며 대웅제약 경영 정상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검찰 수사라는 암초에 부딪혀 위기대응능력을 검증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보령제약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어 기존 안재현, 이삼수 각자 대표이사에서 장두현 현(現) 보령제약 경영총괄 부사장, 단독 대표이사로 변경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장 부사장의 사장 승진도 함께 발표했다. 이번 대표이사 변경은 ‘중장기 경영전략과 2022년 경영계획을 책임 있게 수행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보령제약은 배경을 설명했다. 신임 장 대표는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취임식도 생략하고 업무 파악에 착수했다.
장 대표는 1976년 7월생으로 만 45세다. 미시간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CJ그룹에서 재무와 경영 총괄 업무를 진행하다 지난 2014년 보령홀딩스에 영입됐다. 이어 2019년 1월 보령제약으로 자리를 옮긴 후 올 1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보수적 색채가 짙은 제약업계에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40대인 경우는 상위권 제약사에서도 극히 드문 사례로 파악된다. 사실상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와 전 대표 공통점은 40대 전문경영인 외에도 해외통이라는 점이다. 1975년 10월생인 전 대표는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알토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2000년 12월 대웅제약에 입사한 후 글로벌전략팀장과 글로벌마케팅TF팀장, 글로벌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글로벌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일단 관련업계는 장 대표 선임 배경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대외적 발표가 아닌 어떤 사유로 기존 대표가 물러나고 장 대표가 임명됐느냐로 요약된다. 복수의 업계 소식통은 “현실적으로 제약사 경영에 있어 오너 입김이 중요한 상황에서 오너 3세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의 향후 집권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김정균 대표는 1985년생이다. 지난 2017년 1월부터 보령홀딩스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보령제약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로 재무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해외파 장 대표를 보령제약 경영진으로 선임, 김 대표와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 오너 의도로 분석된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40대 전문경영인의 대표 취임은 대외적으로 신선하고 충격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오너 3세 김 대표와 호흡을 맞춰 일할 수 있는 젊은 피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향후 장 대표의 보령제약 경영은 실익 위주로 진행될 전망이다. 국내에선 항암제 사업에 올인하고 해외사업에도 전력투구할 것으로 업계는 판단한다. 우선 보령제약이 올해 항암제 사업 매출 목표인 1000억원을 달성하느냐 여부는 장 대표는 물론 회사에 중요한 현안이다. 보령제약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항암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온베브지’를 이날 출시하기도 했다. 이번 출시로 인해 보령제약은 로슈 ‘젤로다’와 한국릴리 ‘젬자’, 삼양바이오팜 ‘제넥솔’ 등에 이어 항암제 영역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해외사업의 경우 보령제약이 진행 중인 LBA 인수, 바이오벤처 발굴 등에 장 대표 능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LBA란 특허 만료 후에도 높은 브랜드 로열티에 기반해 일정 수준 매출 규모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지칭한다. 현재로선 항암제 등 특화의약품이 유력하다. 투입 자금은 700억원 규모다. 이 사업을 최종적으로 확정해야 하는 것이 장 대표 역할이다.
전 대표도 지난 2018년 3월 만 43세에 대웅제약 대표로 취임한 후 적극 활동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같은 해 8월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의 욕설 파문 이후 흐트러진 회사 분위기를 다잡기도 했다. 이에 올 상반기 전년대비 13.3% 증가한 5147억원 매출과 469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과 본격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전 대표의 위기대응능력이 검증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2부가 대웅제약 서울사무소와 경기 화성시 향남공장, 용인시 연구소를 압수수색한 사실이 파악됐다. 이번 압수수색은 메디톡스가 지난 2017년 1월 대웅제약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메디톡스 주장은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원료인 균주를 훔쳐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이후 경찰은 검찰에 이 사건을 송치했다. 결국 경찰 고발 4년 7개월 만에 서울중앙지검의 압수수색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사건과 별도로 위장약 ‘알비스’ 특허권을 보유한 대웅제약은 지난 2013년 1월 제품 특허가 만료되면서 복제약(제네릭)이 등장하자,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당한 특허 소송을 제기해 경쟁사 거래를 방해한 혐의로 역시 서울중앙지검 수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사건 개입 여부와 무관하게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역할이 전 대표에게도 부여된 것으로 파악된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전 대표가 능력을 발휘한 부분이 적지 않아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대웅제약의 비약적 발전도 예상됐었다”며 “올 초 대표 연임에 이어 회사에 호재가 전망됐지만 4년만의 검찰 수사로 대웅제약이 또 주목을 받게 됐다”고 언급했다. 결국 장 대표나 전 대표는 향후 경영실적을 개선하거나 법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책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시행하느냐가 전문경영인으로서 롱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종에 비해 오너 영향력이 더 큰 제약업계에서 전문경영인의 활동 폭은 오너가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에 달려 있다”며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대웅제약에 당분간 업계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