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볼보 차량 현재 계약시 1년 이상 기다려야
“보통 출고기간 길어지면 다른 브랜드로 옮기는데 두 브랜드는 이탈 현상 없어”
포르쉐, 독일3사와 초고가 브랜드 사이 포지셔닝···볼보는 안전 중시하는 고객층 두터워
차별화 원하는 고객들에게 어필···물량 조절 통한 한정판 전략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포르쉐코리아와 볼보자동차코리아가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폴크스바겐 독일 3사가 여전히 수입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포르쉐와 볼보는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판매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꾸준한 인기 상승으로 인해 최근 공급 대비 수요가 폭발하면서 출고 대기가 길어지고 있지만, 다른 브랜드와는 달리 고객 이탈 현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포르쉐와 볼보의 경우 신차를 계약하면 출고까지 1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볼보 XC40, XC60 등 인기 모델의 경우 올해 초 계약한 물량도 연내 출고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포르쉐는 카이엔과 파나메라는 6개월 이상, 911은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차량의 경우 대기 순번이 밀려 아예 출고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수입차 영업사원은 “포르쉐와 볼보는 작년부터 영업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출고대기가 밀려있다”며 “보통 이럴 경우 출고를 기다리지 못해 다른 브랜드로 옮기는 고객들이 많은데 두 브랜드의 경우 이탈 고객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년간 두 브랜드의 점유율 추이를 살펴보면 포르쉐코리아는 2017년 1.2%에서 올해는 3.52%로 2.32%p 올랐다. 볼보도 2017년 2.83%에서 올해 5.1%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2019년부터 쉐보레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가입해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을 감안하면 두 브랜드의 점유율 상승폭은 더 큰 셈이다.
포르쉐와 볼보 인기요인은 브랜드 고유 이미지 형성과 포지셔닝 전략이 수입차 고객들에게 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르쉐는 독일 3사와 람보르기니·벤틀리·페라리 등 초고가 브랜드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독일 3사 차량을 타던 고객들이 새 차를 구입할 때 큰 부담 없이 옮길 수 있는 브랜드다.
포르쉐 측도 신규 고객 중 절반 이상이 바로 전에 독일 3사 차량을 탔었다고 밝힐 만큼, 독일 3사 고객들이 최근 포르쉐로 갈아타는 추세다.
독일 3사 브랜드에서 다른 브랜드 차량을 구매하려고 할 때 사실 포르쉐 말곤 별다른 대안이 없다. 앞서 언급한 람보르기니, 벤틀리, 페라리의 경우 가격대가 3억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수천만원대에서 1억원대의 독일 3사 차량을 타다 옮기기에는 부담이 크다. 반면 포르쉐의 경우 1억원 중후반대의 차량이 많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덜하다.
볼보는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면서 안전을 중시하는 고객층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볼보는 지난 4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진행한 안전도 평가에서 14개 모델이 최고 점수를 받았다. IIHS가 지난 2013년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 등급을 신설한 후 한 해에 단일 브랜드에서 14개 차종이 최고점수를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지난해 국내에서 한 연예인 부부가 볼보 XC90을 타고 운전하던 중 역주행하는 화물차와의 충돌 사고에서도 운전자가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높은 안전성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에 따라 가족 안전을 중시하는 고객들이 볼보 차량을 고집하면서 1년 가까운 대기기간도 감내하면서, 판매도 꾸준히 늘고 있다.
또 다른 인기 비결은 두 브랜드 물량이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독일 3사를 중심으로 수입차 대중화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남들과 다른 차량을 소유하고 싶은 고객을 대상으로 두 브랜드는 차별화 포인트를 앞세워 공략하고 있다.
볼보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출고 대기가 3~6개월 이상 걸릴 만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물량을 폭발적으로 늘리진 않았다. 매년 2자릿수 이상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일정 수준으로 물량을 제한하고 있다.
업계에선 볼보코리아가 물량 조절을 통해 한정판 효과를 얻고 있다고 했으나, 볼보측은 본사 물량이 많지 않아 물량 부족 문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공통이라고 설명했다.
포르쉐도 최근 월 1000대 가까이 판매하며 연 1만대 판매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일각에선 프리미엄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벤츠,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이 매년 수만대를 판매하는 가운데 물량적인 부분에서는 이들과 경쟁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정판 마케팅을 통한 차별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