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시행 5개월 경과···일부 설계사들 경각심 낮아져
플랫폼 다변화로 온라인 광고 관리도 난항···설계사간 ‘신고 대란’ 발생 우려

지난 3월 한국보험대리점협회가 개최한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GA 실무협의회 세미나’ 현장의 모습/사진=보험대리점협회
지난 3월 한국보험대리점협회가 개최한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GA 실무협의회 세미나’ 현장의 모습/사진=보험대리점협회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금융소비자보호법 유예기간 종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보험설계사 영업 현장의 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소법 시행 초기만해도 각 GA의 강도 높은 교육과 관리 등으로 보험설계사들의 상품 판매 방식이 크게 변화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부 보험설계사들의 경각심이 다시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최근에는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온라인 마케팅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소규모 플랫폼으로 보험설계사들이 대거 이동하고 있어 온라인 광고 관련 내부통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31일 GA업계에 따르면 금소법 유예기간 종료에 맞춰 각 GA들은 최근 광고 심의 인력을 확충하는 등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 3월 24일 첫 시행된 금소법은 내달 24일 6개월의 유예기간을 마치고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예정이다.

금소법은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안으로 시행령은 6대 판매원칙(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금지·부당권유금지·광고규제)을 어긴 판매자에게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소비자가 금융사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고의와 과실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이 금융사에게 주어진다.

적게는 수 십명에서 많게는 만여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들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GA들은 금소법이 시행된 3월부터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보험설계사들에 대한 교육을 확대하는 등 각종 노력을 이어왔다. 하지만 5개월이 넘게 지나도록 아직까지 일선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서는 금소법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 초기만하더라도 언론 등에서 자주 다루고 각 GA별로 내부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등 관련 내용에 노출이 많이 되다보니 설계사들도 크게 기존보다 설명의무 등에 보다 신경을 쓰고 영업을 하는 분위기였다”면서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화가 체감되지 않다보니 다시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금감원이 유예기간 동안 현장점검 등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면서 적발·계도 사례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그런 것 같다”며 “유예기간 종료에 앞서 다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재차 강조하려고 하지만 현재 환경상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금소법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온라인 마케팅 규제는 가장 많은 위반 사례를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6대 판매원칙 중 광고규제 원칙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와 같은 대리·중개업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금융상품’ 광고를 할 수 없으며 직판업자의 승인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또한 금융업권 협회의 광고 심의대상에 대리·중개업자 광고도 포함되기 때문에 보험설계사들이 개인적으로 금융상품을 광고하기 위해서는 해당 보험사와 생명·손해보험협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면 영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위기에 처하자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크게 일었다. 하지만 지난 18일 결국 생·손보협회는 ▲계약전 알릴 의무 등 업무광고 필수안내 사항 누락 ▲준법감시인 확인 표시 누락 등 광고 시 준수사항 위반 ▲보장내용·보험료 산출기준 등 필수 안내 사항 미 표시 등을 모두 규정위반으로 규정했다. 블로그와 유튜브 등에 재무 설계 정보와 함께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는 기존의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일부 설계사들은 주류 마케팅 채널로 여겨지는 블로그나 유튜브가 아닌 ‘틱톡’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옮겨가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감독당국의 관리·감독이 상대적으로 소홀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서 마케팅을 진행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이 역시 금소법의 적용 범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오히려 GA 입장에서는 보험설계사 관리에 더욱 어려움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GA업계 관계자는 “대응을 강하게 하는 GA의 경우 모든 게시글을 다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곳도 있고 내부 심의센터를 만들어 놓고 심의 후에 게시를 허용해주는 곳도 있다”면서도 “GA 내부 심의를 거치는 수고까지 겪어가며 게시글을 올리려는 보험설계사들은 많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종의 꼼수들을 사용해서 마케팅을 진행하려고 할 건데 GA 입장에서 모든 사례를 다 적발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서 이른 바 ‘신고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각 보험설계사들은 모두 고객 유치전의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게시글들을 무작정 신고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결국 판매 채널의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한 보험설계사는 “일단은 대부분의 설계사들이 온라인 마케팅을 한동안 포기하겠다는 분위기”라며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신규 설계사들 입장에서는 막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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