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 간판을 자회사 '하이투자증권' 에서 따오는 '강수'···비은행·수도권 공략
빅테크, 대형금융지주 위협↑···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로 '돌파구'

사진=DGB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DGB금융지주가 증권, 자산운용 계열사는 ‘DGB’ 간판을 떼고 ‘하이’ 브랜드로 통일했다. 대구, 경북지역과 관련 깊은 DGB를 떼고 자회사 하이투자증권 이름을 따오는 강수를 뒀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도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DGB금융지주가 수도권·자본시장으로 확장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계열사 DGB자산운용은 지난 1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하이자산운용으로 회사명 변경을 결정했다. 이로써 DGB금융은 증권, 자산운용 계열사는 ‘하이’ 간판을 달게 됐다. 하이자산운용은 DGB금융의 100% 자회사다. 또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의 지분 87.9%를 소유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사명 변경은 하이자산운용이 글로벌 기업인 블랙록 자산운용 리테일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한 후 내린 결정이다. 하이자산운용은 외형 확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 이번 인수에 성공했다. 블랙록 자사운용 리테일 사업 부문을 합병하면 관리자산(AUM)은 7000억원 더 늘어난다. 그간 1개 였던 해외 재간접 펀드 개수도 26개로 크게 증가한다. 

이번 사명변경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지주는 그룹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열사 사명을 그룹 이름으로 통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생명보험사, 캐피탈·저축은행에 각각 그룹 간판을 달았다. 특히, 그룹 브랜드 대신 기존 자회사에서 이름을 따와 붙이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업계에서는 DGB금융이 자본시장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DGB’는 맞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DGB금융은 지난 2018년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에도 고민 끝에 ‘하이’ 간판을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당시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과 경기도까지 영업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DGB금융이 영업권을 더 확장하기 위해서는 굳이 이름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자산운용도 이번 블랙록자사운용과 부분 합병을 통해 글로벌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DGB 브랜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금융권의 주된 시각이다. 하이자산운용은 원래 LS그룹 소속이었다. 지난 2016년 DGB금융이 인수한 후 DGB 간판을 달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이 10년 넘게 동안 자본시장 영역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브랜드 경쟁력은 있는 편이다"라며 "DGB금융도 이를 고려해 그룹 자산운용사 이름을 변경한 것이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  

자료=DGB금융지주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최근 지방금융지주는 위기다. 대형 금융지주의 그칠 줄 모르는 성장은 지방금융지주의 몫을 점점 더 뺏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은행의 등장은 지방은행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금융의 디지털화 속도는 더 급격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디지털화에 대응하기에 자금력이 부족한 지방은행은 빅테크, 핀테크의 금융업 진출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지방금융지주는 뿌리가 되는 지역을 넘어 수도권 등으로 영업권을 확장하고 증권, 보험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최대한 수익원을 확대하고 다양화해 외형 성장과 함께 위험을 분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본시장 영역은 지방금융지주를 포함해 전통 금융사들의 생존을 위한 핵심 영역으로 꼽히고 있다. 투자금융(IB)과 기업금융은 전문 인력들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로 이뤄지기 때문에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로 쉽게 진출하지 못하는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방금융지주 맞형 격인 BNK금융지주이 최근 ‘투자전문금융’으로 거듭나겠다고 선포한 이유다. 

DGB는 그룹 비은행 계열사의 맹주로 꼽히는 하이투자증권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분위기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익이 전년 대비 30%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작년 동기 대비 두배 가까이 증가한 846억원을 거뒀다. IB와 상품운용 부문의 실적이 크게 증가한 결과다. 

DGB 관계자는 "과거 하이투자증권의 자회사로 자산운용사가 있었던 만큼, 이번 명칭 변경은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라며 "자본시장 계열사들의 주 무대가 수도권인 점을 고려해봤을 때 지방금융지주 이미지보다는 하이투자증권 브랜드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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