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웨스턴디지털, 키옥시아 200억 달러 인수 가능성"
성사될 경우 삼성전자 턱밑 추격···"반도체 경쟁력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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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미국 낸드플래시 업체 웨스턴디지털이 일본 반도체 제조사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인수액은 200억달러(약 23조3000억원) 이상으로 거론된다.

이날 WSJ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의 키옥시아 인수는 다음달 중순 마무리될 전망이다. 협상은 최근 몇 주 사이에 급물살을 탔다. 합병 회사 경영은 데이비드 게클러 웨스턴디지털 최고경영자(CEO)가 맡을 예정이다.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를 인수할 경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서면서 업계 1위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삼성전자가 예고한 대규모 투자와 인재 양성으로 초격차 유지에 힘써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SK하이닉스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도 예정돼 있어 낸드 시장 재편이 전망된다.

다만 시장가치가 약 190억달러(약 22조1000억원)에 달해 협상이 결렬될 수 있고 키옥시아도 당초 구상하고 있던 기업공개(IPO)에 도전하거나 다른 회사와 합병할 가능성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웨스턴디지털, 키옥시아와 시너지 효과 노린다

키옥시아는 일본 도시바메모리가 전신으로 글로벌 낸드플래시 점유율 2위의 굴지의 반도체 업체다. 그동안 자금 조달을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도쿄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시장 변동성을 이유로 IPO를 한 차례 연기했다. WSJ는 지난 4월 웨스턴디지털과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키옥시아 지분 인수를 노린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반도체업계는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의 강점이 달라 양사가 합병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봤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은 “웨스턴디지털은 자금력이 비교적 뛰어나고 유통망이 다양하다. 또 키옥시아는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라며 “긍정적으로 결합된다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도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2021년 1분기 낸드플래시 점유율. /자료=트렌드포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2021년 1분기 낸드플래시 점유율. /자료=트렌드포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를 인수하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을 턱밑까지 추격하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의 지난 1분기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각각 14.7%와 18.7%로 나타났다. 두 회사 합병시 점유율을 단순 계산하면 33.4%가 된다. 33.5%의 점유율로 세계 1위인 삼성전자를 0.1%포인트 차로 따라붙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점유율 단순 합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웨스턴디지털에서 키옥시아의 제품을 사서 상품화하기도 하는 만큼 양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일정량은 겹치게 된다. 

◇삼성전자, 투자 속도 높일까···낸드 시장 재편 가능성

낸드플래시 2·3위 업체의 합병은 삼성전자에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통한 초격차 유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정상을 수성하고, 시스템반도체에서 1위로 거듭나기 위해 선단공정 조기 개발 및 선제적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이 발표한 내용대로 투자를 활성화해야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미국 투자가 지연된 부분은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된 만큼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대규모 투자와 함께 통찰력을 가진 전문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반도체 사업 M&A 등에서 통찰력이 뛰어난 전문가가 필요하다.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기술의 성격과 장래성을 판단해야 발전할 수 있다”며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삼성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의 합병이 성사된다면 낸드플래시를 둘러싼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약 10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낸드플래시 시장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낸드플래시 부문은 삼성전자,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 중심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김 교수는 “미국은 반도체 시장을 안보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반도체의 중요성이 안보 차원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에 대형 M&A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플라이체인에 영향을 미치는 일들이 많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중국의 움직임이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 인수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미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중국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앞서 중국은 2018년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NXP에 대한 미국 퀄컴의 인수 시도를 무산시킨 바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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