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불가침영역 은행마저 접수한 카카오··O2O 확장과정서 ‘문어발’ 비판도
“대기업 규제도입 논리가 카카오엔 적용되지 않아”···공평한 기업환경 조성 촉구

김범수 카카오 의장. /그래픽=시사저널e DB
김범수 카카오 의장.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재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그룹은 단연 카카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규모 기준으로 판단한 카카오그룹 재계순위는 18위다. 지난해(23위)보다 5계단 상승했다. 계열사 수도 증가했다. 지난해보다 21개 계열사가 증가한 카카오는 공정위 집계가 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간 계열사 수가 13개 추가됐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한 순위는 전통적 재벌을 압도한다. 상장계열사 시가총액 합계는 삼성그룹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SK그룹·LG그룹·현대자동차그룹 등에 카카오그룹은 5위에 랭크됐다. 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카카오재팬 등 국내외에서 추진되고 있는 계열사 상장이 마무리되면 3위로 뛰어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주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재산도 대거 늘어났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김 의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국내에서 가장 높은 주식자산을 보유한 사업가로 자리매김했다. 김 의장과 카카오 모두 ‘IT신흥부자·IT기업’ 수준을 넘어 재벌·대기업으로 성장한 상황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재벌들의 시선은 불편한 게 사실이다.

전통적인 재벌·대기업들이 카카오의 성장을 ‘기득권 침범’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존 대기업에는 규제로 작용했던 논리와 사례들이 카카오에는 성장의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성장 자체보다 이미 재벌·대기업이 된 카카오에 당국이 별도의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역차별 논란’ 때문이다.

복수의 대기업 관계자들은 카카오뱅크 초석이 된 은산분리법 완화뿐 아니라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신설된 ‘중소기업·생계형 적합업종’ 분야서 카카오가 규제를 피해 몸집을 빠르게 키워오고 있음을 지적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카카오가 대기업이 된 이상 이에 적합한 규제가 가해지거나, 대기업 발을 묶은 각종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1982년 은산분리법이 도입됐다. 몇 차례 수정이 있었지만 산업자본이 은행법인 지분 보유한도가 4%로 제한된 게 골자였다.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게 될 경우 사업확장을 위한 계열사 대출남발 등이 우려된다는 게 은산분리법 도입의 취지였다. 2018년 9월 국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통과됐다. 4%로 제한된 산업자본의 은행법인 지분보유 한도가 인터넷은행에 한해 34%로 늘어났다.

2017년 7월 카카오뱅크가 출범했다. 설립 초기 은산분리법 때문에 이름만 ‘카카오’였을 뿐 한국투자금융지주 자회사였으나, 특례법 적용 이후 카카오가 대주주로 올라섰다. 올 6월 말 기준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31.62%였다. 이달 초 상장하며 지분율이 27.4%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 중이다.

상장과정에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은 40조원에 달하며 상장기업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연히 대주주인 카카오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고, 카카오 대주주인 김 의장의 보유주식 가치도 상향됐다. 은산분리법 취지와 다르게 인터넷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인 있는 은행’이 탄생하고 대주주의 재산증식에도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되자 재계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게 된 셈이다.

골목상권침해 논란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식당·제과점 등이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동반성장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과정을 통해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품목을 매년 지정하고 있다. 물론 카카오가 주택가 인근에 식당을 출점하지는 않았지만 카카오의 수익사업들 상당수가 이 같은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다양한 분야서 충돌을 빚어오기도 했다.

상장이 추진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핵심사업 영역 중 하나가 택시호출과 대리운전이다. 전화로 만 이용 가능하던 호출사업을 모바일에 맞게 구현하는 O2O(Online to Offline) 사업모델을 내놓은 서비스다. 카카오톡이란 방대한 회원을 보유한 카카오가 해당 사업에 뛰어들자 기존 사업자는 물론이고 카카오와 유사한 O2O 서비스를 출시한 중소 스타트업들을 잠식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카카오가 시작한 다수의 O2O 서비스가 이와 유사한 형태인 게 많다. 미용실·주차장·가사도우미 등 범위도 다양하다. 고객의 예약·호출 등을 편리하게 해주는 대신 중개료·호출비를 카카오가 취하는 방식이다. 기존 중개업체의 실익감소뿐 아니라 비용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며 카카오를 향해 ‘새로운 형태의 문어발식 기업’이란 힐난까지 등장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기존 대기업과 카카오의 중복 사업영역은 거의 없다”면서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가 기존 대기업들이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자유롭게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 불편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 관련 규제의 신설 때마다 등장했던 논리가 카카오에는 적용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면서 “카카오를 향한 불만이라기보다 차등 대우하는 정부를 향한 불만인 셈이다”고 답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도 “카카오는 스마트폰 등장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환경 진화에 발맞춰 시장을 선점하고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다”면서 “스타트업에서 IT기업으로, 또 중견에서 대기업으로 회사의 규모와 성격이 빠르게 확장되는 동안 정부정책이 뒤쫓지 못했기 때문에 이 같은 논란이 나온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카카오의 성장을 저해시켜야 한다는 주문이 아니라, 적어도 공평한 기업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재계의 목소리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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