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본회의 통과 예정···“이해당사자인 기업 의견 반영 안 돼”
환경 단체는 감축 수준 강화 필요성 지적···법안 처리 과정 성급 지적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원유 시추 현장. / 사진=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원유 시추 현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내용의 탄소중립기본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가운데 경제계와 환경단체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 부담 증가와 좀 더 과감한 추진이란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법안 통과 이후 미흡한 부분은 재논의할 수도 있단 관측이 나온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새벽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토록 한 탄소중립기본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당초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 예정이었으나 여야 합의로 오는 30일 오후 4시에 처리하기로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가 된다. 

탄소중립법안은 오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을 2017년 대비 24.4%에서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도록 규정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또 기후변화영향평가와 온실가스 감축 인지예산제도, 기후대응기금 편성도 규정했다. 기후 대응기금은 2025년까지 약 7000억원, 2026~2030년까지는 1조원을 편성했다. 전날 열린 당정협의에서 민주당은 탄소 중립 예산을 대폭 확충해 2조5000억원 규모의 기후위기 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탄소중립법안 내용과 관련, 경제계에선 걱정 어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과정에서 직접 이해당사자인 기업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35% 이상이란 구체적인 수치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명문화 되었다는 점, 감축목표 수치를 설정하게 된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산업구조와 에너지 체계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탄소중립 정책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 상승, 전기료 인상 등에 따른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강병열 경총 보건환경팀장은 “산업계도 온실가스 감축이나 탄소 중립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기업들도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친환경 기술 개발에 힘써왔다”며 “그런데 이번 탄소중립법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수치를 정함에 있어 객관적 근거가 전혀 없었고 수반되는 비용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가 NDC 수치를 상향한다고 했을 때 31.4~42% 수준으로 협의했는데 최소치를 35%로 잡고 다시 논의하는 상황이라 부담이란 설명이다.

강 팀장은 “탄소 중립의 가장 중요한 감축 수단이라 할 수 있는 철강 같은 경우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이 있는데 아직 상용화가 안 된 상태”라며 “2050년 목표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상용화도 안 된 기술을 갖고 탄소 중립을 하겠단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2050년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를 위해 기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게 탄소 포집 기술”이라며 “그런데 이 기술자체도 세계 어느나라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술을 갖고 탄소 중립 정책을 세우는 게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환경 단체는 정반대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감축 수준을 높여야 한단 주장이다.

이석호 녹색에너지연구원 연구개발본부장은 “지금 (탄소중립기본법을) 시행하는 것도 시기적으로 늦었다”며 “지구가 더 이상 못 견디는 상황에서 경제계에선 산업이 힘들다고 하겠지만 결국은 살기 위한 고통이니 아프더라도 꼭 해야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탄소 중립 관련 연구개발 수준에 대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신재생에너지 등 탄소 중립에 관한 사항들을 진행할 때 원자력하고 같이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 전체그림을 봤을 때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를 모두 커버할 수는 없기에 원자력은 기저에 놓고 별개로 가져가야 한단 설명이다. 

탄소중립법안은 그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준을 놓고 여야간 충돌, 여당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상임위 통과를 밀어붙이는 과정이 반복돼 왔다. 지난 19일 환경노동위원회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모두 야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회 환노위 소속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NDC 목표치와 녹색 성장 부분을 법률안에 넣을지 여부로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좀 더 검토하잔 얘기가 있었는데 민주당이 안건조정위원회를 가동한 것은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추가 재논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차피 수치가 35% 이상으로 돼 있기 때문에 탄소중립위원회에서 목표치를 좀 더 고민할 수 있고 오는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기후 관련 다자간 협상 참여하면서 좀 더 노게 책정할 수 있단 가능성 정도를 언급한 것”이라며 “그렇게 할 거면 국회에서 제역할을 해야지 최소 기대치도 미치지 못하는 문제는 그와는 별개”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2030년 NDC가 IPCC 권고안에 미치지 못했다”며 “기후 위기 시대인데 아직도 기후 위기와 녹색성장을 같은 선상에 두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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