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카드사 카드론 대출 잔액 34조 돌파…1년새 14.6% ‘급증’
반년 만에 증가율 6.5%···금융당국 증가율 목표치 상회
DSR 규제 조기 적용 가능성도···“중저신용자 대출절벽 우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를 이어가는 가운데 카드사에도 규제 손길이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대출 수요가 카드론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연이은 대출 규제책으로 자금줄이 막힌 중·저신용자들의 대출절벽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업계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34조1317억원으로 전년 동기(29조7893억원) 대비 14.6% 증가했다. 지난해 말(32조460억원)과 비교해도 반년 만에 6.5% 늘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5~6%라는 점을 감안하면 카드사들은 이미 카드론에서만 목표치를 상회한 셈이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현대카드의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현대카드의 올해 상반기 카드론 잔액은 4조926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조9524억원)보다 24.7% 증가했다. 현대카드 외에도 롯데카드(23.9%), 우리카드(20.2%) 등도 2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며 카드론 잔액이 1년 새 크게 늘었다.
카드론에 몰리는 대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몇몇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에 맞춰 일부 가계대출 취급을 중단하면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예상되는 까닭이다.
NH농협은행은 상반기에 이미 가계대출 증가율이 7.1% 증가하면서 금융당국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신용대출을 제외한 가계담보대출 취급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우리은행 역시 오는 9월 말까지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카드론 잔액이 이미 증가세인 가운데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제로 향후 카드론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자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내년 7월부터 카드론에 적용할 예정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도입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DSR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현재 차주별 DSR 한도는 은행권이 40%, 비은행권이 60%다. 카드론은 내년 7월까지 규제가 유예됐다.
만일 금융당국이 카드론 증가세를 잡기 위해 규제 적용 시기를 앞당길 경우 카드론을 찾는 주 고객층인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 대출 취급을 보수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또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좋은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을 취급할 유인이 커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를 이어가면서 카드사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계대출 속도 조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카드론을 이용하는 고객의 경우 생계자금 용도로 대출을 찾는 중·저신용자들이 많기 때문에 카드사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취약차주들이 대출 절벽에 내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