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벤처투자 활황 기대
전문가들 “글로벌 수준 되려면 갈길 멀어···CVC 자율성 확대돼야”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최근 기업들의 벤처투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스타트업 성장에 파란불이 켜졌다. 앞으로 기업 투자가 활성화된다면 정부 자금에 의존했던 국내 벤처 생태계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하기까진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9일 중기벤처기업부가 발간한 ‘2021년 상반기 벤처스타트업 고용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유니콘기업 8곳은 기업 당 평균 265명의 고용이 늘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39배 높은 수치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서비스, 유통·서비스, 바이오·의료 업종 벤처기업들이 1년간 1만명 이상을 고용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는 전문 중소기업창업투자사(벤처캐피탈·VC)나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AC)뿐 아니라, 기업형 VC(CVC)의 벤처투자도 늘어 기업 성장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시행된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벤촉법)으로 투자가능 업종이 늘어나는 등 VC 진입 기준이 완화된 영향도 있지만, 워낙 스타트업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라며 “최근 중기·중견기업들의 CVC 설립 관련 문의도 늘었다”고 밝혔다.
◇ 올 12월부터 대기업 CVC 허용···벤처투자 활황 기대
그간 한국은 금산분리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가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CVC 보유가 불가능했다. 이에 기업들은 지주회사 대신 대주주나 지주회사 외부의 관계사가 지분을 투자해 CVC를 만드는 우회적인 방법을 택했다.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오는 12월부터 대기업 지주회사들의 CVC 설립이 허용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벤처투자시장에 활황이 거세질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CVC 진입장벽을 낮추면 앞으로 엑시트(자금 회수)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들에 물꼬를 터줄 수 있고, 향후 엑시콘(엑시트에 성공한 유니콘) 수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업계 전문가들 “글로벌 수준 되려면 아직 갈 길 멀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국내 CVC가 글로벌 수준으로까지 확대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지주사들도 CVC 설립이 가능하도록 대폭 허용했으니 앞으로 벤처투자 확대가 기대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제한적 허용이기 때문에 해외 수준 만큼 CVC 설립의 자율성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CVC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CVC는 글로벌 CVC와 투자 규모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CVC의 연간 투자 규모는 지난해 731억달러(약 85조원), 투자 건수는 3224건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는 일반 지주회사의 CVC 보유와 설립 방식 및 펀드 조성에 규제가 없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구글·인텔·바이두·텐센트·레전드홀딩스 등 글로벌 CVC 기업들은 각자 상황에 맞게 다양한 형태의 CVC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이 주도적으로 혁신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전 세계 투자 시장을 이끄는 배경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글로벌 CVC는 초기 투자로 유니콘을 만들어놓고, 엑시트 할 때까지 후속 투자가 이어지는 반면, 한국은 후속 투자가 약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또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해나가기 위해선 우리 스타트업들이 일정 단계가 됐을 때 국내 VC뿐 아니라, 해외에서 투자를 받아야 한다”며 “국내 VC이 해외 스타트업들에도 교차투자해 국내 스타트업들과 해외 기업 간 네트워크 형성과 협업 등 국제 무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