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생산라인 둔 SPA브랜드, 대목 앞두고 비상
갈수록 악화하는 현지 상황에 패션업계 ‘예의주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기저효과로 호실적을 거둔 패션업계가 암울한 하반기를 맞게 됐다. 국내 SPA(제조·유통일괄)브랜드 스파오·탑텐 등은 유니클로와 격차를 줄이며 상승 모멘텀을 탔지만, 갈수록 악화하는 베트남 현지 상황 탓에 비상이 걸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최근 6주간 외출을 전면 금지하는 완전 봉쇄에 돌입했다. 베트남 전역은 연일 1만여명을 웃도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시도 연일 3000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꺾기 위한 조치로 봉쇄령을 내렸다.
강력한 베트남 정부 봉쇄 조치에 국내 패션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내 스포츠, 아웃도어 등을 생산하는 패션업체들은 생산라인을 베트남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호치민은 하노이와 함께 베트남 의류 생산 핵심 기지로 거론된다. 국내 다수 패션업체들이 베트남에 공장을 두고 국내에서 판매하는 구조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통상 8월 말이면 가을·겨울(FW)시즌 제품 80%이상 생산이 끝난다. 한겨울 의류도 9월말이면 생산이 끝나 추석 전 선적된다. 무엇보다 가을·겨울시즌은 패션업계 매출 대부분을 차지해 중요한 대목으로 꼽힌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베트남 현지 상황에 생산량이 기존의 50% 수준으로 떨어져 하반기 공급에 차질을 겪게 될 전망이다.
국내 SPA브랜드 매장에서도 어려운 패션업계 분위기를 감지하기에 충분했다. 이날 기자는 SPA브랜드 핵심 상권으로 불리는 홍대 일대를 둘러봤다. 스파오, 탑텐, 무신사스탠다드 등은 모두 가을을 대비해 매장을 꾸몄지만 손님은 단 한명도 없었다. 평일 오전시간대임을 감안해도 매장은 한산했다.
SPA시장은 침체 상태다. 지난해 스파오, 탑텐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8.7%, 3.1%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자라·H&M은 감소했다. 그나마 매출이 늘어난 스파오·탑텐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유니클로가 잃은 수요를 일부 흡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스파오, 탑텐 외부는 가을 신제품으로 꾸몄지만 매장은 여름 시즌 때와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가을·겨울 시즌에 돌입했음에도 여름옷이 곳곳 배치돼 있어서다.
스파오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가을 시즌에 맞춰 판매하고 있으나 여름옷 구매도 가능하다”며 “코로나 확산세로 매장을 찾기 보다는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탑텐 매장 직원은 “들어온 가을옷으로 매장을 채운 것은 맞지만 예년에 비하면 많은 편은 아니다”면서 “고객도 많이 줄었다”고 했다.
베트남발 코로나19 이슈에도 국내 브랜드들은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SPA브랜드 관계자는 “베트남은 국가 통제가 강력한 국가라 정부 지침에 맞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며 “당장 가을 제품은 확보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겨울 장사는 접어야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백신으로 인한 패션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작년보다도 더 어려운 한 해를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을·겨울이 패션 특수라서 생산라인을 베트남 대신 인도네시아, 중국 등으로 돌리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