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매각행위 전반 살펴달라” 감사 청구서 제출
인수금액 ‘재입찰’서 2000억 낮아져···“특혜이자 배임”
KDBI-중흥 계약, 국가계약법 적용 여부부터 쟁점 될 듯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 시도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없었는지 살펴봐달라는 시민단체의 감사요구가 제기됐다. ‘재입찰’ 과정을 둘러싼 졸속매각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2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 내지는 그 자회사를 이용한 대우건설 지분 매각행위 전반의 위법행위를 감사청구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KDBI)는 대우건설 지분 50.75%를 가진 최대주주로, 이달 초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인수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추정 인수금액은 당초 제시했던 2조3000억원보다 2000억원이 낮은 2조원대 초반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매각 당사자인 KDBI가 인수 의향이 있는 중흥건설 등을 대상으로 사실상 입찰가격 ‘재입찰’을 진행해 촉발됐다. KDBI는 지난 6월 1일 대우건설 공개매각을 추진했다가 인수가 2조3000억원을 써낸 중흥건설의 반발로 재입찰을 진행했다. 결국 2조1000억원에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했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매각 절차에서 특정 업체의 입찰가 수정 기회를 제공한 것이 배임 소지가 있다고 본다. KDBI가 정상적인 절차를 위반하고 재입찰을 진행해 회사에 약 2000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는 대우건설 지분 매각 전반의 행위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체는 먼저 “이 사건 수의계약은 입찰제안서를 받기는 했지만, 그 이전 산업은행이 선택한 일부 인수희망자들과의 사전 교감아래 인수조건을 협의했고, 사전 접촉한 인수희망자들의 요구에 따라 입찰공고절차를 누락해 경쟁입찰이라는 원칙의 전제조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입찰완료 후 입찰자들에게 가격정정을 허용해 국가에 2000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며 “국가계약법에 따라 제시한 입찰가액으로 계약을 포기한 당사자에게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의 행정조치를 하지 않는 등 경쟁입찰방식의 모든 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2010년 당시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인수와 유상증자 등에 투입한 공적자금만 3조2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들에 대한 관리와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약 2000억원의 국고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배임의 혐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감사청구는 피청구인의 적격성 여부부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는 산업은행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법)에 의해 지정된 기타공공기관으로써, 이번 계약이 국가계약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전제로 감사를 청구했다. 반면 산업은행 측은 자회사인 KDBI가 모든 것을 주관한 계약으로 국가계약법 적용 대상이 아닐 뿐 아니라, 산업은행은 제3자로서 관여할 수도 없다고 반박한다.
KDBI와 중흥 컨소시엄은 상세 실사 등을 거쳐 10월쯤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중흥 컨소시엄은 MOU 체결을 위해 이행보증금 500억원을 낸 상태다. 업계는 올해 말 쯤 매매대금 지급완료가 될 것을 전망한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대우건설은 11년 만에 새주인을 찾게 된다.
중흥건설이 이번 인수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경우 대형 건설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중흥건설은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건설사로 30여개 주택·건설·토목 계열사를 보유한 중견 건설사다. 자산 총액은 9조2070억원으로 재계 순위는 47위지만,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하면 19조540억원으로 21위까지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