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앞서가지만···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도 각각 2027년, 2028년 양산가능
“전고체 시장은 2030년부터···토요타 경쟁사 日 배터리 탑재가능성 희박”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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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전기차 보급 확대로 배터리업계 실익이 증대됐지만 성장통 또한 상당하다. 무엇보다 잇따른 화재로 인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낮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곳은 일본 업체로 알려진다. 리튬 배터리시장에서 한국·중국 등에 밀린 일본은 전고체 상용화 선점으로 시장 주도권을 되찾고자 하는 심산이다. 잇따른 전기차·배터리 화재로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상용화 이후 폭발적인 수요로 이어진다면 배터리 업계의 판도변화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농후한 셈이다.

24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업체로는 토요타가 꼽힌다. 전고체 배터리의 개념이 가장 먼저 고안된 곳이 일본이며 2000년대 초반부터 연구가 이뤄졌다. 파나소닉과 손잡고 배터리 합작사(JV)를 설립한 토요타는 이르면 2025년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예고했다.

전고체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성과 안전성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음극·분리막·전해질 등으로 구성된다. 양·음극 사이에 전해질이 있으며 각각이 섞이지 않는 역할을 분리막이 한다. 양극사이를 리튬이온이 이동하며 전기를 발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분리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양극과 음극이 충돌하고 화재위험이 높아진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분리막이 없다. 고체인 전해질이 양·음극을 분리시켜 화재발생 가능성이 낮다. 또한 외부충격에 의해 전해질 누액이 발생해 내부가 불안정해지면서 폭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리튬이온과 달리 단단한 고체형태의 전해질 양·음극을 감싸 안전성이 높아진다. 효율도 높아 주행거리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지난해 12월 토요타는 10분 만에 완충해 주행거리 500km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을 공개하기도 했다.

화재예방뿐 아니라 전기차 주행거리 증진에도 강점을 지닌 전고체가 제품화 될 경우 배터리 시장의 판도도 상당히 개선될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다만 일본이 패권을 차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감지된다. 일본이 리튬이온 배터리 중심의 현 시장에서 위축됐던 게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먼저 상용화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차기 혹은 차차기 상용화 업체와의 시간차가 제한적일수록 실익이 낮아진단 의미였다.

일본은 전통적인 배터리 강국이다. 가전기기 및 휴대기기 업체의 성장으로 소형전지 시장때도 상당기간 강자로 군림했다. 전기차 초기 시장만 하더라도 그랬다.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독점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하던 당시 파나소닉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테슬라가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의 CATL 등으로부터 공급받기 시작하면서 파나소니의 점유율은 하향곡선을 그렸다.

테슬라의 파나소닉 의존도가 낮아지던 시점과 맞물려 유럽의 전기차 시장이 급부상했다. 한국 3사의 점유율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으며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중국업체들의 점유율도 급등했다. 파나소닉이 독주하던 배터리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CATL 등과 3강구도로 재편됐고, 현재는 파나소닉과 이들 두 회사 간 격차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마저도 파나소닉을 제외한 일본 업체의 활약이 저조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점유율 상위 10개사는 모두 한·중·일 회사들이다. 중국이 6개로 가장 많은 업체를 진입시켰으며, 한국도 3곳(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이나 이름을 올렸으나 일본은 파나소닉 한 곳뿐이다. 결국 파나소닉이 곧 일본 배터리업계인 셈인데, 파나소닉의 납품처는 테슬라를 제외하면 자국 업체들에 집중됐다.

한국·중국 업체들과 반대되는 행보다. 내수가 빈약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외한 완성차 브랜드 수가 제한적인 한국 3사는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했다. 이는 다양한 완성차 시장과 내수시장을 거느린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CATL·BYD 등 상위 업체들은 유럽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JV도 마찬가지다. LG에너지솔루션이 현대차·GM·지리자동차 등과 JV를 설립하고 SK이노베이션이 포드와 연대해 북미·유럽 공략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물론 국내와 사정이 다르다. 한국은 배터리 회사가 3개인 반면 완성차는 현대차그룹이 독보적이다. 일본에는 토요타를 비롯해 닛산·혼다·스바루·마쓰다·미쓰비시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포진했다. 파나소닉 입장에서는 유럽업체와의 협업대신 자국의 완성차 업체들과의 합종연횡을 구축하는 게 이로울 수 있다. 문제는 전동화다. 내연차에는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일본 완성차 브랜드들은 전기차 시장진입이 늦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 전고체 배터리 개발의 중추가 토요타다. 토요타는 파나소닉과의 기술제휴를 맺고 있으며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해당 배터리를 파나소닉과 설립한 JV에 맡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이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토요타의 무기가 될 수 있을 뿐 일본 배터리업계가 글로벌 패권을 재차 쥐는 데에는 한계로 작용할 여지가 분명하다는 게 유관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토요타가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경쟁 완성차업체가 해당 배터리를 탑재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면서 “전동화가 늦은 토요타 입장에선 리튬이온 배터리 장착된 기존 전기차보다 안전한 전기차란 이미지를 강화할 필요성이 높고,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납품 과정에서 기술유출 우려가 커 꺼릴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전고체가 리튬이온에 이어 전기차 배터리의 새로운 표준으로 정착할 경우,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시간차를 감내하고서라도 다른 배터리 업체의 상용화를 기다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일본에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선제돼도 글로벌 배터리 시장구도 개편 가능성은 낮다”고 지목했다.

국내 기업들의 전고체 양산시점은 2027~2030년 사이가 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SDI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도 2028년에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한편, SNE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본격 형성되는 시기를 2030년 이후로 예상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앞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조기 확보를 돕고 시장선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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