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25%로 급증···목표 달성 '갈길 멀어'
케뱅은 16% 수준···총대출액 증대 급해 고신용자도 늘려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금융당국의 ‘불호령’으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최근 중·저신용자 대출 증대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출이 공급된 실적을 보면 서로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카카오뱅크는 월별 신규 기준 일반신용대출 가운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지난달 25%까지 크게 끌어올렸지만, 케이뱅크는 16% 정도에 그쳤다.
카카오뱅크는 작년까지 전체 신용대출(잔액 기준) 가운데 중·저신용자 비중이 낮아 당국에 보고한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에 아직 갈길이 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케이뱅크는 대출 증대 자체가 시급한 결과로 분석된다. 케이뱅크는 작년 말 전체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총 대출 규모가 작아 고신용자 대출도 늘려야 할 상황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7월 한 달 간 신규로 내준 일반신용대출 가운데 개인신용점수(KCB) 820점 이하의 중·저신용자에게 내 준 비중은 25.5%로 파악된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한자리 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지난 4월(12.8%)에 두자리수로 뛰어오르더니 6월에는 20%대(21.5%)로 올라섰다.
반면, 케이뱅크는 7월 한 달 간 제공한 중저신용자 일반신용대출 비중은 16%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케이뱅크는 올해 중저신용자에게 일반신용대출을 금리 6% 이상부터 제공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4월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6% 내외였다. 그러다 5월에는 18%로 뛰어올랐지만, 이후에는 더 늘지 않고 16%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인터넷은행을 대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확대라는 설립 취지와는 달리 고신용자들에게만 대출을 내주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조치다.
카카오뱅크는 설립 인가 당시 당국에 낸 사업계획서에는 전체 신용대출 가운데 중저신용자 대출을 작년 말까지 20%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론 10.2%에 그쳤다.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들을 대규모로 확보한 덕에 수익성, 건전성 모두를 비교적 수월하게 달성했다. 케이뱅크도 2019년 말 52.6%를 달성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작년 말 21.4%에 머물렀다.
당국은 인터넷은행들로 하여금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대한 계획서를 새로 내라고 지시했다.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신사업 인·허가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목표 달성 실패 시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도 더 엄격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카카오뱅크는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카카오뱅크는 올해까지 전체 신용대출 중에서 중·저신용자 비중을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20.8%로 늘려야한다. 문제는 올해 신용대출 잔액은 15조2000억원으로 이미 계획서에 제출한 연간 대출액(15조4000억원)에 근접했다는 점이다. 이미 내준 대출 금액이 상당하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더 빠르게 늘려야 한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 통장(마통)은 전체 신용대출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점도 부담이다. 마통은 중·저신용자에게 거의 제공되지 않고 있다. 중저신용자들은 마통을 받을 유인이 별로 없다. 이를 고려하면, 카카오뱅크는 일반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자 비중을 더욱 크게 늘려야 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당국에 제출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최근 잇달아 출시한 '중신용플러스대출'과 '중신용비상금 대출'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올해 달성해야 하는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21.5%로, 작년 말 수준을 유지하면 된다. 당국은 케이뱅크가 그간 자금 문제로 정상적인 영업을 하기 힘들었던 점을 고려했다. 케이뱅크는 대주주적격성 문제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자본확충을 하지 못해 수 차례 대출영업을 중단했다. 지난해 7월 비로소 유상증자에 성공했고, 올해는 미래 성장성을 인정 받아 증자를 통해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케이뱅크는 목표치 달성이 상대적으로 급하지 않다보니 고신용자 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대출금리 4%대를 받는 차주들의 평균 신용점수도 다시 900점대로 올라섰다. 케이뱅크는 대출 자체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정상화 이후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으면서 수신 잔액은 크게 늘었다. 하지만 대출 증가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6월 말 기준 총 여신 잔액은 5조900억원, 수신잔액은 11조2900억원으로 여신이 수신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기록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올해 목표치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은 맞다"라며 "하지만 케이뱅크는 대출 자체를 늘려야 하기 때문에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아직 많은 노력을 쏟아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