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백신 3회에 최대 60만원···가다실9이 가장 비싸
“국산 백신 나와야 가격 떨어질 것”···SK바이오사이언스, 아이진 등 임상 진행 중이지만 개발은 요원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자궁경부암 백신의 무료 접종 대상 연령이 확대되면서 비싼 가격에 접종을 주저했던 소비자들의 가격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산 백신이 나오기 전엔 가격 인하는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국민청원 도입 4주년을 맞아 직접 나선 청원 답변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의 무료 접종 연령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자궁경부암 백신 3회 접종에 60만원···“국산 백신 출시 전엔 가격 안 떨어질 것”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MSD사의 가다실(4가)·가다실9(9가), GSK의 서바릭스(2가) 등 3가지 뿐이다. 모두 2~3회 접종해야 하는데 1회에 15만~20만원이다. 세 번 모두 맞으면 최대 60만원의 비용이 든다. 가장 많은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유형을 예방하고 있는 가다실9은 국내 자궁경부암 백신 시장의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물론 가격도 가장 높다.
이처럼 자궁경부암 백신의 높은 가격에 소비자들은 국민청원을 통해 백신 가격 인하와 보험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2016년 자궁경부암 백신이 국가 필수 예방접종(NIP)에 포함되면서 정부는 가다실, 서바릭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두 개발사와 가격 일원화 논의가 이어졌지만, MSD사의 강한 반대로 끝내 가격이 이원화 됐다. 올 4월 MSD사의 가다실9 가격 인상 결정에도 정부는 손 쓸 수 없었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보험료 적용 요구에 대해서는 정부는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고가의 백신을 감당하기엔 부담이 될 것”이라며 "국산 백신이 나오기 전엔 가다실9의 독점 체제를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내 바이오 업체들 자궁경부암 개발 '주춤’···"정부 지원 절실"
그러나 정작 자궁경부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건 SK바이오사이언스다. 2011년부터 연구개발에 돌입해 현재 자궁경부암 백신 후보물질 NBP615에 대해 해외 1·2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사 관계자는 "1·2상을 완료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임상 1·2상이 완전히 완료된 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SK바사의 자궁경부암 백신 개발이 3년째 임상1·2상에 머물러 있어 다른 백신 개발에 비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국내 바이오 의약품 개발 기업 아이진은 2014년 자궁경부암 백신 후보물질 ‘EG-HPV’에 대한 임상 1상을 완료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동남아, 남미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비교적 수요가 많은 해외 시장 개척을 택한 것이다.
아이진 관계자는 "1상이 끝난 이후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개발 자체가 중단된 건 아니다”면서 "현지에서 임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후속 준비에 한창”이라고 말했다.
최근 바이오 업체 셀루메드는 관계사 아피메즈와 함께 후발주자로 자궁경부암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아피메즈 관계자는 "현재 백신 개발에 필요한 플랫폼 기술을 만들고 있다”며 "아직 초기 리서치 단계”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가다실9이 독점하고 있어 사실상 자궁경부암 백신 개발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라며 "국산 자궁경부암 백신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