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오는 11월 말까지 가계담보대출 취급 전면중단
우리은행도 전세자금대출 취급 한시적 중단
“다른 은행에 대출 수요 전가될 가능성 높아”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NH농협은행이 오는 11월 말까지 신용대출을 제외한 가계담보대출 취급을 전면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우리은행도 전세자금대출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금융당국이 증가율 관리를 요구하자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부 은행의 대출 중단 사태가 은행권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아파트 집단 대출 등을 접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당 기간 기존 대출의 증액과 대환대출도 불가능하다. 단 부동산을 담보로 한 긴급 생계자금 대출과 증액 없이 기존 대출에 대해 단순히 기간 연장만 할 경우는 예외적으로 취급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이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가계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대출 중단 조치는 올해 들어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금융당국으로부터 가계대출 관리 압박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연초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 목표치를 5~6%로 제시했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이미 금융당국에서 요구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말 126조3322억원에서 지난 7월 말 135조3160억원으로 7.1% 증가했다. 이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중 가장 높은 증가율로 금융당국의 목표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농협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오는 9월 말까지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농협은행과 달리 주택담보대출과 아파트 집단 대출 등에 대해서는 취급 중단 해당 사항이 없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 분기별로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정해두고 그 범위 내에서 대출 취급을 진행하고 있다”며 “대출 취급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아니고 소진된 한도에 따른 제한적 취급이기 때문에 대출 승인을 받은 고객이 대출 실행을 취소하면 그만큼 한도가 되살아나 다른 고객들이 해당 한도 범위 내에서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농협은행으로부터 시작된 대출 취급 중단 조치가 다른 은행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의 경우 아직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으나 농협은행에서 막힌 대출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이동하면서 취급 가능한 한도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130조8072억원으로 지난해 말(123조3511억원)보다 4.4% 증가하면서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간 목표치에 근접했다. 한편 KB국민은행(2.6%), 신한은행(2.2%), 우리은행(2.9%) 등은 아직 연간 목표치에 여유가 있는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에서 대출이 중단되면 해당 은행에서 대출이 막힌 고객들의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쏠리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 “각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 수요가 몰리게 되면 대출 취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하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