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부실판매 관련 문책경고 징계 취소 소송 1심 선고 20일→27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의무에 대한 해석 주목
손태승 승소시 정영채·박정림·나재철도 징계경감 유력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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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와 박정림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등 전현직 증권사 CEO들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해외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중징계 취소 소송 1심 판결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2년 전 DLF부실판매 사태가 벌어지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내부통제장치 마련 의무를 근거로 지난해 초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전결 처리했고 라임 및 옵티머스펀드 부실 사태와 관련해서도 같은 논리로 정 대표 등 전현직 증권사 CEO들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정 대표 등은 현재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징계결정을 앞두고 있다. 손태승 1심 재판부가 부실상품 판매와 관련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장치 마련을 근거로 CEO에게 중징계를 내릴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증권사 CEO들은 향후 금융위원회에서 중징계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다음주 라임·옵티머스 족쇄 풀리나···관건은 판결문

20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재판부는 27일 오후 손 회장이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의 1심 선고를 내놓을 예정이다.

당초 이날 1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일주일 후로 연기됐다. 서울행정법원은 "논리를 좀 더 정치하게 다듬기 위해 연기한 것"이라고 연기사유를 밝혔다.

앞서 윤 전 원장은 DLF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초 우리은행장을 겸임하던 손 회장에게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내부통제 마련 의무 위반을 근거로 문책경고 징계를 의결하고 금감원장 전결로 징계를 확정했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 등 5단계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해임요구·직무정지·문책경고는 중징계로 분류되며 징계 이후에 연임 및 금융권 취업이 수년간 제한된다. 해임요구는 5년, 직무정지는 4년, 문책경고는 3년이다.

손 회장은 징계에 불복해 행정법원에 징계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및 징계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3월 행정법원은 가처분 소송을 받아들인 상태다.

손 회장에 대한 1심 결과는 라임과 옵티머스 등 부실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해 중징계 위기에 놓인 증권사 CEO들에게도 최대 관심사다.

윤 전 원장은 라임과 옵티머스 판매와 관련해 손 회장 징계시와 같은 논리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내부통제 마련 의무 위반을 근거로 전현직 증권사 CEO들의 중징계를 의결했기 때문이다.

윤 전 원장은 지난해 11월 라임펀드와 관련해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에게는 직무정지를, 박정림 대표에게는 문책경고를 의결했으며 올해 3월에는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해 정영채 대표에게도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은행장을 겸직했던 손 회장과 달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증권사 CEO에 대한 최종징계 권한은 금융감독원장이 아닌 금융위원회에 있다.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6차례가 넘는 소위원회를 열고 법률적 검토를 했지만 손 회장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징계수위를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손 회장 징계 관련 논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금융감독원장에게 징계를 전결 처리할 수 있는 위임권한이 있느냐고 두 번째는 부실상품 판매를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장치 마련 조항을 근거로 징계할 수 있느냐다.

자본시장법 및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금융사 임원에 대한 중징계는 금융위원회에 최종권한이 있지만 지배구조법 위반 관련 시행령에는 은행과 보험업 임원에 대한 경징계 및 문책경고 징계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손 회장은 당시 우리은행장을 겸임하고 있었기에 윤 원장은 이를 지배구조법상 위임조항을 근거로 징계를 전결해 확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가처분 소송에서 행정법원은 금융감독원장에게 징계 권한이 없다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당시 재판부는 “시행령 조항에서 위임이 허용된 부문은 ‘상호저축은행’에 한해서만 유효하다”며 “상호저축은행 외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 권한은 여전히 금융위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판결했다.

중징계 위기에 놓인 증권사 CEO들로서는 두번째 논점이 중요하다. 손태승 1심 재판부가 징계권한 문제만을 판단하지 않고 판결문을 통해 징계 근거인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장치 마련 의무조항의 문제를 지적해야 향후 금융위원회에서 징계 경감이 한층 확실해지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관련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지난해 3월 가처분소송 당시에도 행정법원은 손 회장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당시 행정법원은 "임원 문책경고에 관한 양정기준으로는 ‘비위의 도가 심하거나 중과실이 있을 경우’라는 추상적·포괄적 사유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 구체적·개별적인 기준이 없다"며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올해 6월25일 열린 마지막 변론에서도 1심 재판부는 금융감독원 측에 “실효성을 판단할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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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채·박정림·나재철, 징계경감시 미래는?

손 회장에 대한 1심 선고에서 징계취소 결정이 내려지고 증권사 CEO들이 향후 금융위원회에서 징계경감을 받는다면 현직 증권사 CEO의 경우 연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정영채 대표는 내년 3월 두 번째 임기가 끝난다. 정 대표는 2018년 3월 NH투자증권 대표에 선임된 이후 지난해 3월 2년 임기 연임에 성공했다.

정 대표의 2년 임기 연임은 농협 문화상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농협 계열사 사장은 재연임까지만 가능하고 3연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불문율이자 관행이다. 임기 역시 2년 이후 1년씩 두번 연임을 하는 방식으로 총 4년(2+1+1)이 최대치였다. 하지만 정영채 대표는 2년 임기로 연임에 성공하면서 ‘6년’ 집권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대표가 금융위원회에서 징계수위가 경징계로 낮아진다면 내년 3월 재연임을 위한 장애물이 사라진다. 특히 옵티머스사태 책임을 놓고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 및 예탁결제원 등과 소송에 나서고 있기에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논리가 한층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박정림 대표는 올해 말 임기가 끝난다. 앞서 박 대표는 2019년 초 2년 임기를 시작했고 올해 초 1년 연임에 성공했다.

그동안 KB금융 계열사는 2년 임기 이후 1년 연임을 하는 2+1 임기제가 관행이었다. 하지만 윤종규 KB금융 회장 취임 이후 3연임까지는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와 허인 KB국민은행장이 3연임에 성공했고 윤종규 회장 스스로도 3연임에 성공했다. 이를 감안하면 박정림 대표 역시 징계경감시 재연임이 충분히 가능하다.

나 전 대표는 징계수위가 경징계로 낮아진다면 임기 만료 이후 재취업이 가능해진다. 나 전 대표는 2019년말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나서면 연임하지 않고 3년 임기 이후 물러나겠다고 공약했다. 그의 임기는 내년 말 끝나는데 금융위원회 징계 수위 및 증권업계 상황에 따라 임기말 연임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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