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 ‘빅3’ “가격 인상 검토 중”
2018년 우유 가격, 공급단가 인상분에 준하는 수준으로 인상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최근 라면, 계란 등의 가격이 오르며 밥상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원유 가격이 인상돼 우유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의 장바구니에 담길 우유 가격이 어떻게 변동될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날 원유 가격 인상 결정에 따라 유업계 ‘빅3’(매일유업·남양유업·서울우유)가 우유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원유가격이 21원 오르면서 우유 가격도 함께 오르게 될 전망이다.
원유 가격은 이달부터 1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3%(21원) 오른다. 이는 2018년 이후 3년 만의 인상이다. 2018년 원유 가격은 1ℓ당 924원에서 926원으로 0.4% 올랐다. 당시 인상 폭과 비교하면 5배나 오른 셈이다.
유업계는 아직 인상 시기나 인상 폭을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유 가격 인상 추세를 볼 때 우유 가격 인상은 시간문제다.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우유 가격은 우유 공급단가 인상분에 준하는 수준으로 인상돼왔다.
지난 2018년 원유 가격이 올랐을 당시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서울우유 흰 우유 1ℓ 제품 가격을 3.6%(90원) 올린 바 있다. 남양유업은 1ℓ 2550원에 판매하던 제품을 900㎖에 2520원으로 조정했다. 즉 100㎖ 기준 255원에서 280원으로 올랐다. 가격은 내렸지만 용량이 함께 줄어 사실상 9.8% 비싸졌다.
매일유업은 당시 “원유 가격의 상승 폭이 가파르지 않다”는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다만 매일유업은 2013년부터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았던 터라 이번에는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대형마트도 원윳값 상승에 따라 우유 가격을 평균 4% 올린 바 있다. 한 대형마트는 지난 2018년 원유 가격 상승 이후로 서울우유 1ℓ 기준 가격을 3.6% 인상했다. 전체 품목 기준으로는 평균 3~4% 올랐다. 1ℓ당 평균 100원 정도 상승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원유 가격 연동제를 비판하며 낙농업계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원유 가격 결정 체제를 바꾸면 수요에 맞춰 가격이 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가격이 오르면 우유 소비가 더 줄어들 수 있다”며 “우유 소비가 증가하지 않으면 낙농가들은 더 어려워진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우유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식품 개발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낙농업계 종사자 중 영세한 분들이 많다”며 “관련 정부 부처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